건설회사 과장으로 근무하는 정영석(34)씨는 월 4회 정도는 백화점에서 쇼핑하거나 여가를 즐긴다. 지난주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 신상품 정장과 캐주얼웨어, 구두, 화장품 등 약 150여만원어치를 3개월 할부로 구매했다. 정씨는 "결혼한 선배나 동료들의 경우 여유 자금이 생기면 자신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유흥비로 소비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이제는 남성도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할 때"라고 했다.
◆새로운 30대 남성의 등장
쇼핑을 즐기는 멋쟁이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남성 고객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30대 남성 고객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꾸거나 문화생활을 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쓰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남성 매출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30대 남성 고객들은 명품 시장에서 큰손이 되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연령대별로 남성 고객이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본 결과, 30대가 2008년에는 22.7%였으나 2009년에는 30.5%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고소득자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주로 명품을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30대 회사원이나 예비 직장인의 명품 구매가 이어지면서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09년 기준으로 명품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한 30대 남성의 비율이 2008년에 비해 23% 정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40대 남성의 증가율이 10% 늘어난 것에 비하면 30대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비용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명품매장의 30대 비중 역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명품만을 판매하는 1, 2층의 매출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기준으로 37%로 40대의 30%를 웃돈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기인 50대 남성의 점유비 20%에 비하면 2배 가까운 매출을 30대가 올려주는 셈이다.
남성 고객이 증가하면서 대백프라자점에서는 지역 최초로 남성 고객을 위한 '맨즈라운지'를 도입했다. 7층 남성 정장'캐주얼코너에 도입된 '맨즈라운지'는 인터넷서핑을 할 수 있는 컴퓨터와 음료 자판기, 휴대폰 충전 거치대, TV 등을 갖춰 남성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마련했다. 또 6층 아웃도어 전문관에는 레코드숍을 테마로 고객 쉼터를 꾸몄다. 이런 남성 매장의 변화로 인해 대백프라자점 남성 의류의 매출은 리뉴얼 이후 19.8%나 증가했다.
◆왜 30대인가?
최근 백화점 업계의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는 30대 남성들은 그동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40, 50대와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골드미스 등에 밀려 마케팅 주요 대상에서 한발 비켜나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뉴 서티 맨'(New Thirty Man'새로운 30대 남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강력한 구매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 30대들은 거의 대부분이 1970년대와 80년대 중반 출생해 1990년대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을 보냈던 소위 'X세대'라 불렸던 이들로 이전 세대에 비해 물질적 어려움이 없이 자랐다. 이들은 학창시절과 청년기에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등 일찍부터 소비시장에서 큰손으로 주목받아 왔다. 앞선 세대에 비해 자유분방한 사고와 자기주장이 강한 특성을 지닌 한편, 최신 유행도 과감히 받아들이고 소비에서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는 등 자신을 가꾸는 일에는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 공통점을 가졌다.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접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패션'문화 등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데도 능하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30대들은 다른 비용은 줄이더라도 시계나 구두, 정장류는 물론 고급자동차, 최신형 휴대전화 등 자신을 꾸미고 내세우는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 성향을 지녔다"며 "해외여행과 출장을 경험하면서 해외 명품의 브랜드 가치 등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여친보다는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한다
30대 남성 고객들은 특히 남성 잡화에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방, 지갑, 액세서리, 만년필, 시계 등 잡화 상품군이 패션을 완성하는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의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쉽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꽃미남 피부의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20대 젊은 남성은 물론이고 30대 직장인 남성들까지 피부를 가꾸기 위해 화장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대구백화점 본점과 프라자점의 남성 화장품 라인은 매년 20% 이상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남성이 화장품에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화장품 업계에서는 남성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스킨, 로션 등에 한정됐던 과거와 달리 주름완화크림, 미백에센스, 아이크림, 자외선 차단제 등은 물론 작년 메가히트 아이템인 비비크림까지 다양한 기능성 제품들로 종류도 다양해졌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의 경우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제휴카드 및 포인트적립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화장품 우수 고객 성별을 분석한 결과, 매년 20% 이상의 남성고객이 화장품 우수고객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스킨, 로션의 기본적인 스킨케어 제품 외에도 에센스와 보디용품, 선크림 등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의류 역시 월 2회 이상 구매하는 패턴을 보였다.
특이한 점은 2007년과 2009년을 비교해 봤더니 30대 남성의 여성화장품과 여성의류 구매 비중은 각 10~1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여자친구에 대한 선물 등의 비용을 줄여 자신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외모와 이미지를 가꿈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려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