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2천명 대상자
대구 수성구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31·캐나다)씨는 지난주 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번 6·2지방선거에 대한 선거 규칙과 후보자들의 면면을 알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누구 하나 딱 부러지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영주권을 가진 지 3년이 지나 이번 선거부터 새로 투표권을 얻었는데 정작 투표 방법과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며 아쉬워했다.
3년 전 대구로 시집온 베트남 결혼이민여성 러언저인(28)씨 역시 이번 선거가 낯설다. 한 사람이 8명의 후보를 뽑는다는데, 대구시장 후보를 제외하면 누가 누군지조차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다문화가정이 급증하고 있는데 우리들을 위한 공약이나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며 "외국인 유권자들을 위한 더욱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 '외국인 맞춤형 공약'을 제시해주면 외국인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글로벌 다문화 시대를 맞아 외국인 유권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선거 이방인'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2006년 선거부터 외국인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실현됐지만 정작 외국인에 대한 선거 홍보나 공약은 턱없이 부족한 것. 특히 해가 바뀔수록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선거 독려나 관심 유도가 시급하다.
2005년 8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영주권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난 19세 이상은 지방선거에 참여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공직선거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한 2006년 제4회 동시지방선거 당시 외국인 유권자는 6천500여명이었다. 4년이 지난 이번 지방선거에선 외국인 유권자는 1만1천60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대구와 경북 외국인 유권자 역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2006년 265명에서 432명으로 늘었고, 경북은 140명에서 230명으로 증가했다. 다음 선거 때부터는 외국인 유권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권자를 위한 배려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외국인을 위한 공약이나 홍보에는 관심을 가지는 후보자가 아예 없고, 외국어 선거 안내문이나 홍보인쇄물 제작 역시 외면받고 있다.
외국인들은 선관위와 자치단체가 외국인 유권자들이 투표방식 등을 효과적으로 알 수 있도록 '특별 교육'을 하거나 '특별 공보물'을 발송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구 기초단체자치장 후보들은 "현실적으로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한 공약이나 외국어 선거 홍보물 제작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행정기관 역시 "외국인 유권자들에 대한 선거 홍보를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결혼이민여성들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 대구경북 선거관리위원회에 결혼이민여성 선거인 수나 홍보 대책을 문의한 결과 "잘 모르겠다. 수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구미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장흔성 소장은 "결혼이민여성의 경우 베트남, 중국 등 공산권 국가에서 오는 여성들이 대다수로 선거 교육과 독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1만3천여명(대구 4천965명, 경북 8천57명)의 결혼이민자들이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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