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 그리고 투신자살 도미노
#백악기의 추억/박희섭 지음/ 자음과 모음 펴냄
지역의 중견 소설가 박희섭씨가 세 번째 장편소설을 냈다. 소설은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추리소설 형식으로 전개한다. 개인적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자살 충동 끝에 생을 마감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생태를, 작가는 닿을 수 없는 먼 곳 '백악기의 추억'에 비유하고 있다.
관내에 투신자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우형근 경위는 46세로 몇 년 전만 해도 의욕이 넘쳤지만 이제는 매사 적당주의로 지내고 있다. 자살 사건을 그냥 단순 자살로 넘긴다. 이때 경찰대 출신의 젊은 엘리트 계장이 부임해 온다. 매사에 의욕적인 젊은 계장은 투신자살에 의문을 품고 수사를 지시한다.
우 형사는 수사를 통해 자살한 사람이 청소년이거나 청년이며, 이들이 자살 전 PC 방에서 '악마의 게임'이라는 신종 게임을 했다는 공통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신종 게임이 투신자살과 관계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다. 우 형사는 투신 자살자들에게서 '자살게임'과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이 결여됐다'는 공통점을 찾아내고 추억과 게임과 자살의 함수관계를 추적한다. 끝내 물증을 찾아내지 못하자 젊은 엘리트 계장은 스스로 직접 '자살게임'을 해보기로 한다. 자살게임을 통해 자살자의 의식구조를 분석하려는 것이다.
'대체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죽음을 꿈꾸는 것일까.'
답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투신자살이 급증하고 마땅한 대책이 없자 국민들의 항의는 대정부 성토로 치닫는다. 아파트 베란다마다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검은색 조기가 내걸리고 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이 한국의 특이한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몰려든다.
소설은 '인간에게 추억이란 무엇인가. 정글이나 다름없는 무한경쟁 물질만능의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에게 수시로 일어나는 자살 충동으로부터 삶을 지켜주는 것은 무엇인지' 밝혀간다.
이번 작품은 대구를 배경으로 씌어진 드문 소설이다. 낯익은 지명이 나와서 소설 그 자체 외에 또 다른 읽는 재미를 준다. 지은이 박희섭은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으며, 스포츠 서울 SF 소설 부문 당선, 1989년 장편소설 '검은 江', '관방비록'을 출간했다. 1999년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324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