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6)] 충청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입력 2010-05-18 07:37:30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축을 국가발전의 중심으로 하는 경제개발정책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성공시켰다. 그 결과 북쪽에는 수도권이란 막강한 경제권이 형성되었고, 남쪽의 영남지역에는 울산 포항 구미 창원과 같은 산업도시들이 탄생하였다. 또한 당대에는 가시적 성과에까지 이르지 못하였지만 대덕연구단지조성,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백지계획 수립, 과학을 주제로 하는 대전엑스포의 추진 등으로 충청권 발전의 초석을 닦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당시로서는 여건이 성숙하지 않아 성과를 거둘 수가 없었지만, 이제 비로소 우리나라 중심에 위치한 충청도에 기회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시대의 도래와 중국의 고도성장은 경부축 시대를 종식시키고, 서해안 시대를 열었다. 서해안 시대는 인천에서 출발하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충청권으로 그 힘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의 양적 팽창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기업들은 조용하게 충청권에 새로운 사업터전을 마련해왔다. 충남의 천안 아산 당진을 위시해서, 충북의 청주 오창 오송 지역에 첨단제조업이 몰려오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충청권 진출에 있어서 정치인들의 직감이 기업인들의 계산보다 한 수 앞섰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었고, 2002년 대선에서는 충청도 행정수도 공약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정치세력의 지역화로 인하여 충청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충청도 표를 업어야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명제가 정치권의 대세가 됐다. 최근의 세종시 논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이렇게 정치인과 기업인이 충청도에 느낌표를 찍은 지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국가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아직도 수도권과 충청권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충청권과 수도권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도식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적 IT혁명은 인터넷 휴대폰 등의 보급 확대로 인류의 삶을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도 과감히 IT기술개발에 뛰어들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원천기술개발에 성공하였고, 수도권에 IT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을 탄생시켰다. 또한 21세기 세계인의 관심은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한 신재생에너지개발과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한 바이오-메디산업육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우리정부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구축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등 신산업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킬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메디산업의 구심점은 어디일까? 지난 1월 11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를 교육과학경제도시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세종시에 삼성, LG, SK, 롯데 등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로 하여금 태양광, 연료전지, 바이오헬스케어 등의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만들게 하고, KAIST 제2캠퍼스와 고려대 융복합대학원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덕단지-세종시-오송-오창을 연결하는 충청권 C자형 과학벨트구상도 밝혔다. 지난주 삼성이 발표한 태양전지, 바이오헬스케어 등 5개 신성장동력산업 23조원 투자계획도 정부의 구상을 뒷받침한다. 한마디로 충청권에 바이오-메디산업과 친환경산업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계와 정치권에 이어 정부도 충청도시대의 도래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아마도 정부는 수도권 충청권 강원도를 포괄하는 중부경제권 광역발전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들은 다음 질문에 대한 해답도 같이 찾아주기를 바란다.'영남과 호남, 즉 남부지역은 어떻게 할 것인가?'이 문제에 대한 해답 없이는 충청권의 어떠한 발전방안도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포함한 중부경제권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지역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영·호남, 즉 남부지역의 인적자원과 기업을 빨아들이는'블랙 홀'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는 아무런 득이 없는 제로 섬(Zero Sum) 게임에 불과하다. 남부권과 중부권을 균형 발전시키는 플러스 섬(Plus Sum)계획이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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