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화
★ 덫 / 박이화
자고 일어나니 정원 한 구석에
새의 깃털이 비명처럼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아마도 살찐 비둘기 한 마리
도둑고양이의 기습을 받았을 터이다
밥이 덫이 되는 현장에서
날개는 더 이상 날개가 되어주지 못한 채
도리어 적의 커다란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미루어 보아
새는 한 움큼의 깃털을 버리고서야 간신히 살아남았겠지만
상처 입은 날개로 더 이상 새가 아닌 채로
살아갈지 모를 일이다
날아야 하는데 날아주지 못하는 날개는
누구에게나 있다
언제 어디서 찢긴지도 모른 채
허공을 향해 단 한 번 퍼덕여 보지도 못했던 검은 그림자,
그 슬픈 반쪽의 날개라면 이미 내게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밥이며 덫인 것일까?
그래서 내 손을 탄 나무들
자꾸 시들어 갔는지 모르겠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꽃들이 바르르 진저리쳤는지 모르겠다
내 안의 이 속일 수 없는 짐승의 냄새 때문에
때때로 마음이 그토록 버둥대며 안간힘 쓰며
나를 벗어나려 몸부림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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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상처 입은 날개로 더 이상 새가 아닌 채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어찌 도둑고양이의 습격을 받은 "살찐 비둘기 한 마리"뿐이겠습니까. 속진(俗塵) 세상이 다 "밥이 덫이 되는 현장"일 테지요. "날아야 하는데 날아주지 못하는" "그 슬픈 반쪽의 날개라면 이미 내게도 있"습니다. 우리 안의 이 "속일 수 없는 짐승의 냄새"를 들여다보며 성찰케 하는 저력이 이처럼 좋은 시에 있으니, 우리는 밤을 새워가며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때때로 마음이 그토록 버둥대며 안간힘 쓰"고 있습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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