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알바시장 떴다" 청년실업자·주부 '우르르'

입력 2010-05-14 10:41:15

"선거 기간만한 아르바이트 대목이 없어요."

6.2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 열기 못지않게 선거 아르바이트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노동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가 센데다 반짝 일자리가 몰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실업자와 전업 주부들이 선거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 이인숙(45·남구 대명동)씨는 선거 홍보 아줌마 부대로 활동하기 위해 2년 전부터 해오던 전선 꼬기 부업을 잠시 접기로 했다. 이씨는 "하루 6시간씩 한 달 내내 부업에 매달려 봐야 손에 쥐는 건 고작 50만원에 불과하다"며 "선거 홍보 도우미로 나서면 하루 7만원이나 벌 수 있어 우리 같은 전업주부들에게 선거는 두번 다시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혜진(27)씨도 대학 도서관을 뛰쳐나왔다. 지난 3월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감시단으로 지원해 뽑혔기 때문이다. 이씨는 "선거에서 돈도 벌고 사회 경험도 쌓을 겸 원서를 냈다"며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선거알바'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구 구청장선거 A후보 캠프의 경우 선거 사무원 44명 모집에 100여명이 지원했다. 또 대구시교육감 후보 B씨 캠프에도 143명 모집에 3배 가까운 인원이 지원해 '선거알바'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모집하는 선거감시단 요원도 평균 3.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의 A구청장후보 선거 캠프 이종윤 본부장은 "선거사무원을 지원하는 인원이 많아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서 쓸지 아니면 면접을 거쳐 최종 인원을 선발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색 선거 아르바이트 시장도 뜨고 있다. 이지영(26)씨는 일주일간 서문시장에서 시간제로 일하기로 했다. 각 선거 캠프에서 선거 홍보요원에게 입힐 수백 벌의 의상을 시장에 주문해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옷 개는 일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시간당 5천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매니페스토(공약 정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록전문요원까지 등장했다. 민생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대화 토론 위주의 밀착형 선거 운동을 펼치려는 후보들이 많아 기록을 전담하는 일손이 필요하게 된 것.

중구의 C캠프 측은 "후보자가 유권자 한분 한분을 직접 만나 공약을 제시하고 건의점을 듣는 매니페스토 선거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기록을 맡는 대학생 2명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인쇄 업체도 일손이 바빠졌다. 중구의 한 인쇄업체는 지난주 아르바이트생 모집 광고를 냈다. 홍보물 제작 보조 및 포장, 운반 등 단순 노무직 아르바이트 자리로 20, 30대의 건장한 청년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곳 업주(51)는 "13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선거 홍보지 제작 등의 주문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돼 아르바이트생을 두세명 정도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구직에 목마른 시민들이 선거철 반짝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며 "대구의 경우 전국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선거 아르바이트에 목을 매는 것 아니냐. 지역의 슬픈 현실"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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