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칼럼] 사망률이 높은 간암

입력 2010-05-13 14:20:51

B형간염 보균자 간암으로 전이 많아…B형간염 항체 예방접종 꼭 필요

작년 9월 성인병 검진을 위해 52세 남성이 본원 센터에 내원했다. 평소 경미한 속쓰림, 소화불량 증상이 있었으나 많이 불편하지 않아 병원을 방문한 적은 없다고 했다. 혈액검사 결과 간기능 수치의 상승이 보여 간초음파를 시행한 결과 간암이 발견됐다. 이후 6개월 만에 뇌 등 전신에 전이가 돼 입원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검사 결과를 보니 환자는 자신이 B형간염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간암이 발견돼 결국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간암은 위암이나 유방암과는 달리 걸리면 사망 확률이 매우 높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는 점이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간암 환자 100명 중 80명 가까이가 5년 이상 생존하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다.

한국의 간암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우리나라에 간암이 유독 많은 것일까? 우리나라 간암의 70% 정도는 B형간염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며 10% 정도는 C형간염 바이러스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4명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100명 중 1명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특히 B형간염에 감염된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이에게 감염되는 수직감염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유독 B형간염 환자와 간암이 많은 것이다. 이 밖에 성관계, 불결한 주사기나 수혈을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B형간염은 보균 상태에서 활성화 상태가 되면 간에 반복적인 염증을 일으키고 그 결과 간경변이 되며 간암으로 이어진다. 대한간학회와 국립암센터는 30세 이상 남성과 40세 이상 여성 중에서 B형 또는 C형간염 환자와 간경변이 있는 사람은 6개월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B형간염 외에 간경변을 일으킬 수 있는 술, 약물 등도 간암의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예방접종 및 검진 등의 노력에 힘입어 B형간염 바이러스 양성률이나 간암 발생 및 사망률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

증상이 없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혈액검사를 통해 B형, C형간염에 감염 여부와 B형간염 항체가 형성돼 있는지 확인하고,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간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간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간암은 감소 추세지만 40대 이상에서 증가하는 간암은 사망률이 높은 만큼 평상시 청결한 생활습관과 예방접종 등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

서준원 (재)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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