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폐사 원인 못 밝힌채 뒤늦게 매몰작업…역학조사 시료 채취도 실패
영천 청통면 신원리 거조암 뒤편 팔공산 자락에서 야생 멧돼지들이 집단 폐사한 채 방치돼 팔공산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보도(본지 6일 6면, 10일 9면) 이후 영천시가 10일 뒤늦게 멧돼지 사체 매몰 작업을 벌였다.
영천시 공무원들은 당초 멧돼지 사체를 매몰했다가 거짓 발표를 했다가 이날 오후부터 팔공산을 돌아다니며 폐사한 멧돼지 5마리의 매몰 작업을 했다. 한 공무원은"썩은 냄새로 숨을 못 쉴 정도"라며"진작 땅속에 묻지 않은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구제역 관련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멧돼지 폐사 원인에 대해선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다. 이날 영천시 가축방역, 환경보호담당 등 공무원 4명,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 연구원 2명, 야생조수보호 위탁 수의사 1명 등이 팀을 구성해 현장을 찾았으나 멧돼지들이 숨진 지 7일이나 지나 부패가 심해 역학조사를 위한 시료 채취에 실패했다.
▶죽은 멧돼지만 안다?=멧돼지 집단 폐사 원인과 관련해 과학적 검증 없이 갖가지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지난 3일 처음 폐사 현장을 조사한 영천시 공수의(수의사)는 "멧돼지가 부패돼 정확한 폐사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발굽이 깨끗해 구제역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죽은 위치가 계곡 인근이라 농약을 먹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동춘 대구경북밀렵감시본부장은"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해 독극물이 든 먹이를 거의 먹지 않으며 올가미의 흔적도 없었다"고 했다.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 한 관계자는 "5월이면 멧돼지들이 다른 지역에 새끼를 떼놓는 시기인데 낯선 환경에 혼자 남은 새끼들이 죽었을 수도 있다"며"구제역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선 혈청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석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은 혈청검사 외에 혀, 발굽 등 수포 형성 부위의 조직 채취를 통한 바이러스 검사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뒷북 대책만 요란=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에 신고 및 역학조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영천시는 죽은 멧돼지에 관한 제보를 접수하는 즉시 현장에 출동해 폐사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멧돼지가 죽은 지 24시간이 경과할 경우 혈액 응고로 혈청검사 및 조직채취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천시 관계자는"구제역 관련 여부를 정확히 밝히기 위해 사냥개를 동원해 비틀거리며 달아나는 멧돼지를 추적해 혈청을 채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축위생시험소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구제역 감염 사례가 아직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멧돼지 폐사 원인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min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