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또 도진 안일·보신행정

입력 2010-05-10 10:27:59

시티투어'2층버스'법규이유 밀폐형 도입…부산 오픈카, 장성 드라마 파격지

밀폐형으로 된 대구의 시티투어 2층버스(아래)와 부산시의 오픈 카(오픈 탑·Open-Top)형 2층버스(위)
밀폐형으로 된 대구의 시티투어 2층버스(아래)와 부산시의 오픈 카(오픈 탑·Open-Top)형 2층버스(위)

최근 대구시와 부산시는 동시에 새로운 시티투어'2층버스'차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대구와 부산의 2층버스 모습은 크게 달랐다.

대구시의 시티투어 버스는 1층 위에 승객좌석을 설치한 2층 버스지만 바깥과 차단 된 완전 밀폐형이다. 반면 부산의 시티투어 버스는 오픈 카(오픈 탑·Open-Top) 형식으로 2층에 타면 바깥 바람을 쐬며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부산의 것은 외국에서 흔히 보는 '뚜껑없는 2층 버스'. 비슷한 시기에 도입한 두 도시의 시티투어 버스가 왜 이렇게 다를까.

대구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하반기 2011 대구방문의 해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을 앞두고 밀려 올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대구의 문화와 명소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오픈 카형 2층버스를 구입키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로부터 안전규정 때문에 오픈 카형 2층버스 도입은 힘들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공단은 개방형 2층버스 도입을 지레 포기했고 밀폐형으로 방향을 선회, 지난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반면 부산시는 담당 공무원들이 국토부 관계자를 몇개월 동안 설득한 끝에 안전규정에 대한 특례규정을 만들어 지난달 말 오픈 카형 2층버스를 도입했다. 부산시 권정오 관광진흥과장은 "부산의 멋진 바닷가 풍경과 도심 풍광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오픈 카형 2층버스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정부를 설득, 특례규정을 만들었다"며 "벌써부터 관광객과 시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수 승객들이 타는 차량의 경우 개방형인'뚜껑없는 차'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었고, 대구 도심을 관광하는데는 개방형 차가 실익이 없을 것 같아 오픈 카형 2층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공무원들의 안일·보신행정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국내 공중파 방송사와 일본 후지TV는 대구시에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주제로 한 한류드라마를 제작하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 가수'비'나 한류스타 '원빈' 등을 주인공으로 대구스타디움을 비롯한 대구 전역에서 촬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대구시가 제작비 100여억원 중 15억원 정도를 지원하면'2011대회와 대구중심의 한류드라마'를 제작하겠다는 제의였다.

제작사측은 예산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2,3년 분할 지원도 가능하다는 파격적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예산마련이 쉽지않고, 관련 부서간 의견이 맞지 않다며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남 장성군은 지난 3월'뮤지컬 홍길동'을 제작하는데만 20여억원을 지원했고 경상남도는 '뮤지컬 이순신'을 만드는데 40여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한 대학 교수는 "한류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의 무대가 된 강원도 남이섬은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 벌써 2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발생시켰다"며 "이번 한·일 방송사의 한류드라마 제작 제의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커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공무원들의 집념과 적극적인 행정으로 대기업을 유치하는 곳도 있는데 오히려 대구시는 공무원들의 무책임, 보신행정이 대구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