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5일이 어린이날이고 8일이 어버이날이라서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중국은 어머니날이 5월 둘째주 일요일이니 어제였고 어린이날은 6월 1일이긴 하지만, 이즈음에 중국 가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중국 왕조 시기 가정윤리는 유가 사상을 근본으로 삼았었다. 자식들은 부모님 슬하에서 권위에 복종하며 '효'를 제 일의 덕목으로 실천하며 살았다. 여성들은 '삼종지도'를 준수하여 아버지 권위에 순종하고 정해주는 배필을 만나 그의 부속물로 생활하다 아들에 의존하며 생을 마쳤다. 더욱이 전족이라는 전대미문의 신체적 속박도 감내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러한 유가적 가족 문화는 마오쩌둥에 의하여 철저히 부정되었다. 그는 중국이 낙후한 주요 원인이 충 보다 효를 더 중시한 봉건적 가부장제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유명한 "여성도 '하늘의 절반(半邊天)'을 받치고 있다"는 명언으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고정관념을 공격하며 여성 해방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1950년 혼인법을 제정하여 남녀평등을 법제화하였다. 자유의사 결혼에 의한 일부일처제를 확립하고,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평등권을 보장하였으며, 이혼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특별 배려하였다. 그 후 인민공사 설립으로 공동탁아, 공동식당을 운영하여 가사노동을 사회화함으로써 가정은 거주 공간으로서의 의미만 남게 되었다. 부모의 노후는 사회가 책임져 자식은 효도의 의무를 벗었다. 이러한 전통가정 파괴는 문혁 때에 최고조에 달했다. 가족은 '마오사상 학습팀'으로 불려졌고 젊은이들은 홍위병이 되어 스승과 부모를 비판하며 마오만을 아버지로 여겼다. 이와 같이 마오 시기에 전통가족구조 해체작업은 조직적으로 진행되었다.
마오 사망 이후 복권한 덩샤오핑은 여성이나 아동 정책으로 추진하지는 않았으나, 1982년 단행한 두가지 정책이 결과적으로 가족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인민공사를 폐지하고 도입한 호별청부 생산책임제는 가족을 하나의 경제 단위로 묶어 함께 가정경제를 꾸려가도록 함으로써 가정이 재건되어 갔다. 또한 인구를 2000년 말까지 13억명으로 통제하기 위해 마련한 '한자녀 갖기(一胎化)' 정책은 가족권위체계를 바꾸었다. 중국 정부는 혼인법에 한자녀 갖기를 국민의 의무로 삽입하고 출산할당제를 강제 집행하였으므로, 부부는 출산허가를 얻어야만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출생한 자녀는 친가와 외가 두가정의 보물이 되어 '샤오황띠(小皇帝)'로 어른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와 상반되게, 이 정책으로 인해 버림받은 '헤이하이즈(黑孩子·무호적 아이)'들도 많다. 대부분 남아선호사상이 남아있는 농촌에서 태어난 딸들로 호적에 올리지 않아 인구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유령가족이다. 취학의 기회도 없고 정식으로 취업이나 결혼도 할 수 없어 사회 주변부에서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거나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에 대한 미봉책이 벌금내고 아이 더 낳기인데 결국 자식 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파생 문제는 또 있다. 독자세대 부부가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가 평균 5.7명이 될 거란다. 특히 인민공사 해체 후 양로가 고스란히 자식의 몫이 된 농촌은 아직은 퇴직급여 수혜자가 많은 도시에 비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여성들이 직면하는 문제도 많다. 농촌에서는 남성 노동력이 도시로 진출하면서 농업 생산에 노인 부양·자녀 양육까지 부녀자가 담당하고 있으며 도시에서는 시장경제 경쟁에서 여성들이 밀리면서 가정 내에서의 지위도 하락하고 있다. 또 매춘·축첩 등 부도덕한 남녀관계가 만연되면서 가정파탄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가정은 중국특색 사회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 가정은 가족 중심에서 가족 해체로, 그리고 가족집합의 과정을 거쳐왔다. 이제 후진타오는 가족봉합을 이루려고 한다. 효사상을 다시 강조하고 부녀역할론을 주창하여 소황제들이 어른을 봉양하는 미풍양속을 만들고, 부녀자들이 육아와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정의 '조화(和諧)'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나라를 안정시키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가정은 그 국가 지도자의 정책 운영이 투영되는 사회 단위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 가정에 대한 이해가 중국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주요한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한·중 간의 갈등을 보며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전략을 곱씹어본다.
조수성(계명대 교수 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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