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휴가=일석이조"…문화부 조현재 관광산업국장

입력 2010-05-10 07:14:13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전체 공무원들의 평균 휴가 사용일수는 6일. 하지만 조현재(50) 관광산업국장은 남들보다 닷새나 더 쉬었다. 올 들어서도 벌써 6일이나 휴가를 다녀왔지만 오는 금요일에도 또 놀(?) 생각이다. "올해는 휴가 한도인 21일을 꼭 다 채울 겁니다. 여름 휴가는 완도로 갈까 하는데요?" 이쯤 되면 그저 용감한 정도가 아니라 시쳇말로 '킹왕짱' 배짱이다. 공직기강 해이 수준을 넘어 징계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공무원이 휴가를 많이 가야 나라가 산다"가 지론이다. "100만명 가까운 우리나라 공무원이 휴가를 다 가면 연가보상비 7천억원을 주지않아도 돼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또 여행을 가 돈을 쓰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적절한 휴식으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덤이죠."

그의 '철학'대로 문화부는 휴가 챙기기 캠페인을 앞장서 벌이고 있다. 올 들어서도 1/4분기 직원 휴가 사용일수가 지난해보다 60% 정도 늘었지만 더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나아가 법정 공휴일을 날짜가 아닌 특정 요일에 고정해 연휴를 늘리는 '요일제 국경일'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2박3일 여행이 더 보편화될 겁니다. 국내관광 활성화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정부 부처간에 이견이 있지만 관광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 국장은 원래 '체육통'이었다. 1982년 행시 26회에 합격, 공직에 입문한 뒤 체육부에서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기획했다. 2006년부터 2년 동안은 체육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는 국제대회 유치 실적이 거의 전무했습니다. 1985년에는 경험을 쌓느라 한 해 동안 무려 25개의 국제대회를 유치하거나 신설해서 치렀습니다. 덕분에 1년간 집에 거의 못 갔고, 결혼도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겨우 했죠."

이후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김영삼 정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그가 관광에 눈을 뜬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좌천'되고 나서였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전에 있는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의 전신)으로 발령났던 것.

"서울 생활보다 훨씬 여유가 있었죠. 덕분에 못 가봤던 곳도 두루 둘러봤습니다. 고향인 포항도 자주 가게 됐고, 여행이 주는 즐거움도 알게 됐습니다."

해외 40여개국을 다니고 국내도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는 그에게 관광은 어떤 의미일까 싶어 물었더니 "배움의 기회"라고 대답했다. "산천을 벗삼아 걷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때론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이죠. 물론 업무 아이디어도 얻고요. 영국 유학때도 청소년들이 고교 졸업 후 1년 정도씩 일하며, 여행하며 세상을 배우는 '갭 이어'(gap year) 제도가 참 부러웠습니다."

포항 청림초교를 졸업한 뒤 대동중 3년 재학 중 서울로 유학와 휘문고·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 생활이 어언 35년째다. 하지만 아직도 고향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고 했다. 양친은 작고했지만 형제를 비롯해 친척들이 아직 고향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항이 원래 바닷가 소나무숲이 무척 아름다운 곳입니다. 하지만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산업도시의 이미지만 강해졌죠. 사실 알고 보면 잠재적인 관광자원도 무척 많습니다. 포항 시내 동네 이름만 하더라도 죽도동처럼 '섬 도(島)'를 쓰는 곳이 많은데 다 옛날엔 물길이 이어졌다는 뜻이죠. 물론 연오랑 세오녀 신화도 있고, 해양도시로서 관광 크루즈산업 가능성도 크지요."

조 국장은 대구경북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중국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전통 유교문화가 거의 사라졌어요. 그래서 경북 북부의 고택이나 경주 최부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데 관심이 높습니다. 대구가 추진하는 의료관광에다 이 같은 역사와 쇼핑·컨벤션 기능을 결합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관광은 이제 국가뿐 아니라 지방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산업입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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