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中企 '녹색 옷' 갈아입고 경쟁력 높인다

입력 2010-05-07 09:34:50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대구경북의 중소기업에 '녹색 옷'을 갈아입혀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 추진된다. 대구경북 5인 이상 제조업체 1만3천700여개 전체를 녹색전환하려는 이번 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경북 고령 다산산업단지에 있는 한 주물업체. 얼마 전까지 주문물량이 쏟아지는 통에 눈코 뜰 새 없이 1천500℃를 오르내리는 용광로를 가동했지만 최근 들어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원자재값 상승과 대기업·1차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따른 경영난도 문제지만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 때문이다.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업체가 낸 전기사용료는 18억원.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전기료로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경북분원 이강원 본부장은 "주물 생산에 사용되는 설비들이 고열을 이용하는 탓에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며 "에너지 소비량이 크다는 것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덩달아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조만간 온실가스 발생량 최고치를 규제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경우 '녹색' 옷으로 갈아입는 중대한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내년부터 5년 동안 '대경권 중소기업 녹색전환 GREAT(Green Restructuring as Energy-efficient, Ecological, Economical Advanced Technology)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경지역 중소제조기업 및 산업의 녹색전환 ▷녹색기술기반 신산업 육성 및 고부가가치화 ▷중소제조기업의 에너지·환경 비용 50% 절감 ▷지역 내 제조업 탄소배출 총량 50% 저감 등이 목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대경권 연계사업으로 5년 동안 총 사업비 3천억원 규모의 이 사업안을 작성, 7월쯤 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제품설계부터 원료조달, 제조공정, 공정부산물, 사용 후 제품·부품 재활용 등 생산 전 과정을 녹색전환하는 '그린매뉴팩처링'이다. 대경생기원 이상일 팀장은 "생산 전 과정에 대한 에너지·원재료·오염물질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공정부산물 및 사용 후 부품·제품의 재자원화까지 고려한 그린매뉴팩처링 기술을 개발해 지역 제조업체의 생산공정을 확 바꿀 계획"이라며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5년엔 지역 제조업체가 연간 250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생기원은 대구경북 주력산업 중 몇 개 업체를 선정해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낮추는 생산공정을 갖춘 공장인 '녹색공장'(Green Factory) 전환 시범사업과 에너지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령 다산주물단지를 대상으로 에너지자립형 녹색산업단지 구축사업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대구경북은 뿌리산업이라 불리는 생산기반산업 집적도가 높은데 이들 산업 대부분이 에너지 다소비 구조여서 세계적인 추세인 '그린화'가 시급하다"며 "조만간 정부도 생산기반기술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첨병으로 키우겠다는 정책을 밝힐 예정이어서, 지역에서 처음 추진하는 이번 사업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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