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시부모 병시중 온마음으로 10여년 보화상 받은 김나진씨
"당연히 할 도리를 했을 뿐인데 상을 받은 것이 시부모님을 욕되게 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지난달 22일 (재)보화원에서 수여하는 제53회 보화상(효행 부문)을 받은 김나진(40·여·대구 북구 팔달동)씨. 한사코 취재를 거부하는 김씨를 시상 일주일이 지난 29일 그녀의 아파트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간호사로 근무하던 김씨는 1996년 결혼했다. 하지만 그 해 시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신혼의 달콤함은 사라져 버렸다. 7년 전에는 시어머니까지 같은 증세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시부모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긴 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처럼 친자식이라도 하기 힘든 병사중인데 김씨는 며느리로서 오랜 세월동안 병시중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아버지는 신부전증으로 4년째 혈액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어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
김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 시부모 방을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밤새 더러워진 이부자리를 걷어내고 시부모의 얼굴을 씻어드린다. 두 자녀를 등교시키고 난 뒤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 밥상 시중을 들고 오후에는 시어머니 목욕을 시킨다. 또 일주일에 3번씩 시아버지 혈액 투석으로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 이런 생활이 365일 매일 반복된다.
지금까지 가족여행이라고는 꿈도 못 꾸었다. 주위에서는 이 같은 일과 속에서 김씨가 웃으며 살기 힘들 것이라고 여기지만 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김씨는 "시부모님도 친부모와 다를 바 없는데 병시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정말 한 번도 힘들어 못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주위에서 대단하게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혈액투석을 하면 3년을 못 넘긴다고 했는데 4년을 넘기고 있는 시아버지가 감사해요. 하루빨리 시부모님이 병석을 떨치고 일어나 어버이날에 함께 여행을 즐기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정용백 시민기자 dragon102j@korea.com
도움: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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