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멧돼지 집단 폐사…역학조사 않아 축산농 불안

입력 2010-05-06 10:51:29

영천 청통면 신원리 팔공산 자락에서 한 밀렵감시단원이 폐사한 멧돼지를 살펴보고 있다. 민병곤기자
영천 청통면 신원리 팔공산 자락에서 한 밀렵감시단원이 폐사한 멧돼지를 살펴보고 있다. 민병곤기자

"멧돼지가 집단 폐사한 원인이 혹시 구제역 때문은 아닐까?"

3, 4일 이틀에 걸쳐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거조암 뒤편 팔공산 자락에서 야생 멧돼지 4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으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인근 축산농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전국에 걸쳐 유행하고 있는 구제역에 의해 멧돼지가 폐사했을 경우 구체적 감염 경로 파악이 힘들고 활동 반경이 넓어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멧돼지 폐사 제보를 접수한 영천시는 이날 구제역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공수의(수의사)와 함께 현장을 찾아 먼저 3마리를 확인했다. 공무원과 공수의 등은 멧돼지의 입과 발굽을 육안으로 살펴본 뒤 구제역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산을 내려왔다.

문제는 육안으로 살펴봤을 뿐 멧돼지의 혈액 및 조직 채취로 역학조사를 의뢰하지 않아 정확한 폐사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 시 관계자는 멧돼지의 부패 정도가 심해 조직을 채취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4마리 중 2마리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직 채취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영천 금호읍 한 축산농민은 "최근 밤낮의 급격한 기온차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경우 멧돼지가 죽을 수도 있다"며 "역학조사를 해 정확한 폐사 원인부터 밝혀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4일 골짜기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멧돼지 경우 전날 나물 캐던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봤다고 한다. 덫이나 올무에 걸린 흔적은 없었다.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된 멧돼지 옆엔 방역복과 장갑도 버려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밀렵감시단원은 "또 다른 멧돼지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산 위쪽으로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한 산 전체에 훨씬 더 많은 멧돼지가 죽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거조암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계곡에선 폐사한 멧돼지가 물에 잠긴 채 부패해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최동춘 대구경북밀렵감시본부장은 "40여년 산에서 감시활동을 하는 동안 올무에 걸리지 않은 멧돼지가 4마리나 폐사한 것은 처음 본다"며 "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해 독극물이 든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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