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시장 1위 아성' 무너지나

입력 2010-05-06 09:41:47

국내시장을 독차지해온 현대차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신차를 앞세운 기아차와 르노삼성차가 약진하는 데 비해 판매 실적이 주춤하고 내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 그동안 시장 독점을 앞세워 협력업체를 옥죄고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무시해온 행태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4월 국내 시장에서 5만5천339대를 팔아 점유율 44.9%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45%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9월 40.0%를 기록한 이후 17개월 만이다.

판매 증가율도 주춤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 총 31만396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YF쏘나타의 내수 판매는 1만1천38대로 3월에 비해 23.6% 줄었다. 이는 현대차의 4월 전체 승용차 내수판매량 감소율인 14.4%보다 더 크다.

현대차에 제동이 걸린 반면 기아차와 르노삼성차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기아차는 K7, 스포티지R 등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점유율이 31.3%까지 치솟아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판매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48.6% 증가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베스트 10에 모닝, 스포티지R, K7, 쏘렌토R 등 4대나 이름을 올렸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K5도 벌써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K5는 사전 예약판매에서만 6천여대가 계약됐고 본격 출시 이후 현재까지 총 9천대가 계약돼 한달 판매대수로는 벌써 쏘나타에 필적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SM3와 뉴SM5를 앞세운 르노삼성차는 내수 1만5천471대, 수출 8천512대 등 총 2만3천983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8.1%나 증가했다. 르노삼성차의 시장점유율은 12.6%로 3월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올랐다. 쌍용차와 GM대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4%, 51% 늘었다. 현대차가 잃어버린 수요를 나머지 4개사가 나눠 가진 셈이다.

현대차의 내수 부진은 중형차에서 기아차 K5, 르노삼성 SM5 등의 등장으로 신형 쏘나타 판매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다 그랜저와 싼타페, 투싼ix 등도 기아차의 K7과 쏘렌토R, 스포티지R에 갈수록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업자득'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에 악명 높은 단가 후려치기를 일삼고,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영업 행태가 현대차에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이라는 것. 실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은 최근 주요 1차 협력업체들에 부품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가 인하는 부품 품목별로 납품비중이 높은 협력사들을 중심으로 2~3%에서 많게는 8~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를 상대로 한 단가 후려치기는 부품 업체들의 수익 악화는 물론, 전반적인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는 것. 또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숙지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초 YF쏘나타를 구입한 한 네티즌이 차량 떨림 등의 결함에 대해 제대로 대처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로 차량을 직접 부수기도 했다. 신형 쏘나타를 운행하고 있다는 이모(43)씨는 "차량 떨림이나 소음 등의 문제가 발생해 수차례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속시원한 해결을 보지 못했다"며 "옵션 끼워팔기나 수출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태를 거듭하면 독점 시장을 오래 유지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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