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자유의 시간과 공간, 2010 오픈 스튜디오 전

입력 2010-05-06 07:20:20

가창창작스튜디오 / ~16일

▲이준욱 작.
▲이준욱 작.

2010 오픈 스튜디오 전 / 젊은이들이 떠나고 아이들이 준 농촌 학교들이 늘면서 여기저기 문을 닫는 작은 분교들이 나타났다. 보통 마을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던 학교는 한때 공동체의 희망을 상징했던 터라 결코 가벼이 방치할 수 없는데, 이런 폐교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처분되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유다. 그래도 대구현미협이 운영하는 가창창작스튜디오는 당초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문화적 기능과 교육적 용도를 잘 살려가는 모범사례가 아닌가 한다.

창작스튜디오들도 대개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에서는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도 제대로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대구 가창스튜디오는 벌써 여섯 차례 입주 작가를 받아 이번에 네 번째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열고 있다. 8명의 작가들이 각자 할당받은 교실의 개인공간에서 평소 생활하고 작업하던 모습 그대로를 입주 후 그간 작업한 성과와 함께 드러내 보이는 전시행사다.

우선 이 전시는 내밀한 사적 공간이 필요했던 작가들에게 부여됐던 혜택을 공공에 다시 환원시키는 상호소통의 장이란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마을 주민을 포함해 시민들에게 공공의 재산이었던 학교 건물을 그동안 어떻게 사용하고 있었는지 공개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면서 한편으론 이곳에 공간을 마련하고 창작에 몰두했던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참여 기회인 셈이다.

유심히 살핀 사람들은 이들의 큰 진척을 확인했다. 젊은 작가들인 만큼 환경 적응력도 빠르고 작업의 세련됨이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평이다. 그러면서 작가로서의 성장을 매니지먼트 기술이나 비즈니스 능력과 너무 관련해 생각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눈길도 있었다.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하자는 것과 활발한 창작활동을 진작시킬 외부 프로그램에 더 많이 연결시켜 주자는 목적이, 자칫 처음 의도에서 벗어나 후자에 대한 과대한 기대로 발전할까봐 우려도 했다. 작가는 고립되어서 내면으로 침잠할 수 있는 작업여건이 필요한데 현실적인 욕구는 그런 환경과 모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곳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야 할 명분과 공공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들이 예술가의 의식으로 우리 시대의 삶을 고민하고 예술적 방법들을 궁구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물론 장려해야 할 것이다. 이곳에서의 짧은 경험만이라도 상업화의 부추김을 받지 않고 창작의 고통을 맛보게 하는 것, 현실의 비극 속에 힘들게 사는 사람들과 그들이 겪는 아픔에 공감하는 진지한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자유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으면 한다.

미술 평론가 ydk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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