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의 크기를 말해 줄 수 없다. 자신이 사는 우물이란 공간에 구속돼 있기 때문이다. 저 여름벌레에게는 얼음을 설명할 수 없다.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구속돼 있기 때문이다. 저 시골동네 선비에게는 진정한 도를 설명할 수 없다. 자신이 배운 것에 구속돼 있기 때문이다.' 장자 추수 편에 나오는 말이다. 나를 나답게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편견의 한계를 일깨우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자기 계발과 변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영 지침으로도 활용된다.
'우물 안 개구리'는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인간의 한계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말은 늘 나 아닌 남의 단견과 무지를 비꼴 때 쓴다. 내가 한 우물을 파면 전문가이지만 남이 한 우물을 깊게 파면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이솝우화의 한 대목이다. '사냥꾼에게 잡혀 묶여 사는 매는 하늘 높이 날아가려 했으나 자신을 묶고 있는 줄 밖으로는 날아가지 못했다. 수천 번 노력은 허사였다. 세월이 흘러 줄은 낡아지고 마침내 끊어졌다. 그러나 매는 하늘 높이 날아가려 하지 않았다' 타성이 나는 것을 잊어버리게 한 것이다.
대립과 경쟁은 사회를 움직이는 축이다. 경쟁을 통한 엘리트의 양성을 주장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비판한다. 빨리빨리의 정신에는 느림의 미학으로 상대한다. 개발과 보존을 놓고서도 서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라고 한다.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를 두고 법원과 국회가 대립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명단 공개의 찬반 입장의 차이가 뚜렷해 바라보는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다.
어제 대구에서는 뜸의 전도사로 알려진 구당 김남수 옹이 마련한 뜸자리 잡아주기 행사가 열렸다. 관할 구청은 의료법 위반이라며 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옹은 '뜸은 부작용이 없고, 값싸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민간요법'인 만큼 의료법으로 규제하는 일은 과잉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침과 뜸은 의료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 한의대를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자만이 시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정에서의 대립과 혼돈은 나쁜 일이 아니다. 흙탕물이 가라앉아 맑은 물이 되고 여름의 펄펄 끓는 더위가 가을의 추수를 가져오듯 대립은 새로운 결과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생각과 행동의 자유로부터 스스로를 묶어 버린다면 새 세상은 열 도리가 없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리 자화상일까.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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