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로 애도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군부대 골프장이 인기다.
천안함 사태와 법조계 검사 스폰서 파문 등으로 부담을 느낀 지도층 인사들이 일반 골프장보다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군부대 골프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였던 일반 골프장은 최근 어느 때보다 예약이 손쉬운 상황이다.
23일 낮 12시 대구 남구 캠프워커(미군부대) 정문. 왕복 2차로 부대앞 도로에 고급 승용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부대내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미군들 사이사이로 골프복 차림을 한 한국인들이 여럿 보였다. 부대안 식당에 들어서니 상공인, 법조인, 공무원 등 낯익은 대구 유명인사들이 많았다. 식당 앞에 있는 그린에서는 '티 샷'을 날리는 골퍼들이 눈에 들어왔다.
캠프워커 관계자는 "해군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이곳 골프장은 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 한 정치인은 "골프가 아무리 대중 스포츠라지만 민감한 시기에 자칫 골프채를 잘못 휘둘렀다가 정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며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군부대 골프장은 이런 부담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에 사는 주민 김모(56)씨도 "집앞 군부대의 골프장 조명이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골프는 가깝고도 먼 운동이다. 자칫 인생 항로에 직격탄을 날리는 악재가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3월 이해찬 전 총리의 3·1절 골프 사건이다. 이 전 총리는 철도 파업이 한창일 때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지역 기업인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져 사퇴했다. 지난해 4월에는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는 날 골프를 쳐 문제가 됐고 앞서 지난해 1월에도 임시국회 회기 중 민주당 의원 9명이 부부동반으로 태국 골프 여행을 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정·관계에도 골프 금지령이 떨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천안함 사태가 터진 직후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당분간 골프장 출입을 삼가라'는 지시를 내렸고 스폰서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법조계에도 골프 자제령이 떨어졌다.
지도층 인사들이 하나 둘 골프채를 놓으면서 일반 골프장에는 예약하기가 쉬워졌다. 한 사업가는 "주말엔 경북의 여느 골프장을 가더라도 부킹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처럼 골프 예약이 쉬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