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육상 바람…한·일·카타르·중 그랑프리 대회

입력 2010-04-23 09:46:08

'육상 불모지' 아시아에 육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다음달 한국과 일본, 카타르, 중국 등 4개국에서 '아시아 육상대회 투어'가 열린다. 5월 8일 일본 오사카 대회를 시작으로 14일 카타르 도하, 19일 대구, 23일 중국 상하이 대회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아시아 4개 도시에서 열리는 이들 대회는 모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정하는 그랑프리급 이상 대회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9월에 열렸던 대구국제육상대회는 IAAF의 대회 등급 조정에서 '월드 챌린지'로 격상되면서 대회 개최일이 5월로 당겨졌고,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상하이 대회도 월드 챌린지보다 한 단계 높은 다이아몬드 리그에 속하면서 역시 5월로 대회 일정이 조정돼 자연스럽게 '아시아 육상대회 투어'가 형성됐다.

대구 대회에 '세계 최고 육상 스타'인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출전(본지 20일자 26면 보도)하게 된 것은 아시아 육상 투어가 형성된 덕분이다. 육상 선수 중 최고 대우를 받는 볼트는 육상 시즌 전 연간 출전 일정을 모두 결정하는데 대구 대회는 애초 일정에 없었다. 볼트는 대구 대회 4일 뒤인 23일 열리는 상하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대구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였다. 만약 상하이 대회가 없었고, 두 대회의 개최일이 뚝 떨어져 있었다면 볼트의 대구 대회 참가는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일반적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연간 대회 출전 계획을 세울 때 대회 일정을 보고 선택하는데 각 대회 날짜와 개최도시 간 거리가 대회 선택의 주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선 사실상 투어 개념이 작용한다. 유럽 지역에선 이미 이러한 투어 개념이 활성화돼 있는데, 지난해까지 떨어져 있던 아시아 4개 대회가 5월로 묶이면서 이제 아시아에도 이러한 투어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개최 도시들의 스타 선수 초청도 수월해졌다. 정상급 선수 섭외 단계에서부터 각 대회가 공조를 하면 선수 확보가 훨씬 쉬워진다. '패키지'로 묶어 선수를 초청할 수 있거나 한 대회에서 섭외를 하면 다른 대회에서 초청하기가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또 선수들의 투어 일정이 잡히면서 항공료, 초청료 등의 비용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인 효과도 적잖다.

문동후 대구국제육상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대구, 상하이, 도하, 오사카 등 4개 대회의 일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투어로 볼 수 있다"며 "선수 입장에서도 먼 거리를 이동해 한 대회만 참가하기보다 한번 이동으로 2, 3개 대회를 출전하면 대회 출전도 쉽고 수입도 더 많아져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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