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이 효 리

입력 2010-04-22 09:13:32

1천곡 중 골랐다…강렬하고 당당 "역시 효리"

여왕이 돌아왔다. 가수 이효리(31)가 4집 신보 '에이치로직'(H-Logic)을 이달 12일 정식 발매하고 컴백했다.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은 강렬한 리듬의 걸스힙합곡. 이효리는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통해 금발로 파격 변신했다. 바지통이 넓은 힙합 패션에 격렬한 안무까지. 역시 이효리는 달랐다. '치티치티 뱅뱅'은 영어로 '뛰뛰빵빵'과 같은 뜻의 의성어다. 말 그대로 앞길을 가로막지 말고 비켜 달라는 것이다. 이효리의 강렬한 메시지가 고스란히 녹았다. 이효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당당해지고 강렬해지는 모습이다.

힙합곡으로 채워진 이효리의 신보는 12일 발매되자마자 각종 차트에서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1년 8개월이나 기다려 이효리를 만난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전자 음향이 유행처럼 번진 가요계에 리얼 사운드를 사용해 강렬함을 살린 '에이치로직'에는 이효리의 뜨거운 열정이 담겨있다.

신보 활동으로 바쁜 이효리가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얘기를 전했다.

- 신보가 1년 8개월여 만에 나왔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 음반을 기획하고 녹음하는 데 1년 정도가 걸렸다. 그 전에 나올 수 있었지만 내가 만족할 때 음반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음반에 만족한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힙합 앨범이라서 자신감이 있다. 가사에도 자신감을 많이 담았다. 요즘 오토튠으로 변조시킨 목소리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식상하더라. 그래서 리얼 사운드를 많이 썼다.

- 상추, 전지윤, 개리, 대성, 비지, 더블K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함께한 이유는.

-곡에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했다. 사실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를 함께한 대성이 말고는 친분이 없었다. '그네'를 들었을 때 개리가 생각났었고, '하이라이트'를 들었을 때 비지가 생각이 났다. 실력 위주로 함께했다. 평소 전지윤도 눈여겨봤던 친구다.

- 음반에 대해 얘기해달라.

▶ 공동 프로듀싱을 한 김지웅과 얘기를 많이 했다. 또 타이거JK와 '리쌍'의 개리 등 정글엔터테인먼트 쪽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천곡 이상의 노래를 들었고, 그 중에서 노래를 골랐다. 내 나이가 32세다. 기존의 걸그룹과 차별점이 있어야 했다. 생각이 많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외국에서 곡을 받다보니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시차 때문에 얘기하기가 힘들었다.

- 외국 작곡가들과 많은 작업을 했다. 이유가 있나.

▶ 한국 작곡가에게 곡을 안 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3집 타이틀곡 '유 고 걸'(You go Girl) 같이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고 써주신 곡이 많았다. 새로운 느낌의 곡을 고르다 보니 외국 작곡가와 많은 작업을 하게 됐다. 힙합 앨범으로 만들자고 마음을 먹다 보니까 뉴욕 작곡가 쪽에서 느낌이 잘 나오더라.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곡을 고르게 됐다.

-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 일렉트로닉이 강세라서 일렉트로닉에 식상한 느낌이 있었다.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힙합이 아닌가 싶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으면서 다른 사람 말에 신경을 쓰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다른 사람 말에 신경을 쓰니까 내가 움츠러들었다. 이렇게 이삼십대를 보내는 게 아쉬워서 내 생각대로 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다. 어렵게 자라서 그 음악에 정서적으로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것이 좋았다. 딱딱 맞추는 느낌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한테 맞는 듯하다.

- 강하고 멋진 이효리를 내세웠다. '에이치로직'이라는 제목도 '이효리의 논리'다. 어떤 논리가 있나.

▶ 섹시함을 보여드렸는데 또 할 수는 없지 않나. 곡에 맞는 콘셉트로 변신했다. 곡이 느낌이 강해서 강한 퍼포먼스가 나왔다. '느낌으로 가야지 왜 춤이 과격해지느냐'고 하는데.(웃음) 앨범 자체가 힙합 사운드라 힙합 의상을 입었다. 바지통도 커졌고. 예전에 내가 고등학교 때 입고 다닌 아이템들을 요즘의 스타일과 섞어서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스타일링했다.

앨범도 그렇게 만들었다. 요즘은 타이틀곡만 듣고 수록곡은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을 바꿔보고 싶었다. 수록곡에 더 많이 힘을 주고 싶었다.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이 더 좋다'는 말이, 어떻게 보면 나쁜 말인데 난 그게 좋더라. '에이치로직'이라는 제목은 사실 손발이 오그라든다.(웃음) 힙합을 하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논리는 없다. 그냥 원 없이 다 했다. 웰메이드 음반이라는 얘길 가장 듣고 싶다.

-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은 어떻게 결정됐나.

▶ 3집 '유 고 걸' 때도 그랬지만 타이틀곡은 운명적으로 만난다. '유 고 걸'도 처음엔 채택하지 않은 노래인데 한 달 후 다시 들어보니까 생각이 바뀌더라. 이번에도 이 노래를 듣고 그냥 넘겼었다. 타이틀곡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다시 이 노래를 들었더니 좋더라. 외국 작곡가의 트랙에 김지웅이 멜로디를 입혔다.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노래다.

- 대성과 함께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을 함께 불렀다. 에피소드는 없었나.

▶ 대성이가 그간 댄스곡, 트로트곡만 불러서 사람들이 대성이의 보이스를 잘 모른다. 그런데 나는 '패밀리가 떴다'를 하며 대성이가 발라드 보이스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녹음할 때 너무 웃음이 터지더라. 나중에 무대에 서더라도 서로 쳐다보지 말자고 했다. 원래 이 노래를 선공개하려고 했는데 '빅뱅' 인기에 묻어가는 것 같아서 '그네'를 선공개했다.

- 힙합 앨범을 만들면서 어떤 식의 가창을 했나.

▶ 과거에는 가사 표현을 할 때 고음이 잘 올라가고 음정과 박자를 잘 맞추는데 신경을 썼다. 그런데 이번엔 힙합 앨범이니까 조금 미는 듯한 느낌이 필요했다. 나는 춤을 출 때나 말을 할 때 항상 반 박자가 빠르다. '레이백'이 쉽지 않았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노래를 불렀다.

- 대중의 반응을 봤나.

▶ 리뷰도 읽어 봤다. 기분이 좋았던 말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많았다'는 말이다. 유명세에 비해 부족하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 앨범 자체에 관심을 많이 보여주시는 것 같다. 그것도 원하던 방향이다. 전곡이 차트에 올라가서 기분이 좋다. 휴대폰으로 실시간 차트 체크를 한다.

- 새로운 스타일링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 예능에서의 이효리와 무대에서의 이효리 모두 다 실제 이효리는 아니다.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악역'을 맡아 연기를 했고 무대에서도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어떤 것도 진짜 '이효리'라고는 할 수 없다. 내가 무엇만 하면 따라했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세상에 100가지 스타일링이 있으면 다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따라했다는 말 때문에 움츠러들어서 하고 싶은 스타일링을 못하면 안 되겠더라. 여러 가지 모습을 다 보여드리고 싶었다.

- 2집 표절 시비 이후 표절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 2집까지는 뭔가 멋있는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3집부터는 멋스러움을 빼더라도 내 앨범, 내가 할 수 있는 앨범을 하고 싶었다. 당시 표절 논란이 있고 나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 대신 활동을 중단했다. 나온 지 3주 만에 앨범을 접었다. 이번 앨범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표절이다. 아이폰에 비슷한 노래 체크하는 어플이 있는데 그걸 많이 썼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비슷한 노래를 들었냐고 묻기도 했다. '그네'에 표절 얘기가 나와서 '나는 끝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외국 민요라는 얘기를 듣고 다행이다 싶었다. 이상하게 내 경우 표절 시비가 나면 작곡가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욕하더라.

-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잘 활동하는데 음반 활동에 천착하는 것이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 그런 생각은 나도 했다. 오히려 정규 음반을 안 내고 싱글 앨범을 내는 상황인데, 정규 음반을 내고 뮤직비디오에도 돈을 들였다. 그런 것들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옛날 마인드'를 갖고 있다. MC 이효리도 놓치고 싶지 않지만 음악을 하는 이효리의 모습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그 다음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 그때가 되면 또 있더라.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있을까 싶은데도 노력하고 찾으면 있더라. 다음이 됐을 때 시대가 변할 테고, 그때 가면 또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 있을 것 같다.

- 활동하는 시기가 좋지 않다. 가수 비와 함께 활동하는데도 분위기가 살지 않는 느낌이다.

▶ 한국 사회 분위기가 이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어차피 생긴 일이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할 일을 꿋꿋이 해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혼자 활동을 하면 외로울 텐데 비와 함께하게 돼서 좋다. 음반과 음원 성적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솔직히 음원과 음반 성적은 내가 더 좋았으면 한다.(웃음) 오랜 친구 같은 비와 경쟁하고 함께하는 것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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