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지원 'POP글쓰기' 교실에 가보니

입력 2010-04-21 09:52:28

20일 대구 서구 평리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다문화가족 여성들이 예쁜 손글씨(POP)를 배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0일 대구 서구 평리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다문화가족 여성들이 예쁜 손글씨(POP)를 배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유명한 POP 디자이너가 될래요."

20일 오전 11시 10분 대구 서구 평리3동 주민센터 3층 강당. '생크림 케이크, 주차 중, COFFEE, 아이스커피, 헤어클리닉….'강당 곳곳에 내걸린 형형색색의 POP 광고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당 중앙에 모여 앉은 30여명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선 무언가 열심히 써 내려가고 있다. 인기척에도 아랑곳없다. 갑자기 강당 문이 열린다. "아기 때문에 조금 늦었어요." 너무 오고 싶어 계속 뛰어 왔다는 그 여성은 이내 자기 이름이 적힌 스케치북을 집어들었다.

대구 서구청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인 'POP 예쁜 글쓰기 교실'이 시작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글 공부와 친목 도모는 물론 POP 직능 교육까지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POP(Point of Purchase advertising)은 '구매시점 광고'라는 의미로 손님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는 광고 기법을 말한다. POP 자격증을 따면 집에서도 손쉽게 POP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는 까닭에 전업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분야다.

서구청은 이런 점에 착안, 지난주 개강식을 하고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12주 과정으로 POP 글쓰기 교실을 열고 있다.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급 POP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전문 강사도 영입했다. 특히 12주 과정을 모두 소화하면 POP 3급 수료증을 준다.

이날 첫 수업인데도 피부색과 출신 국가가 서로 다른 30여명의 외국 새댁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마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수업 말미에 헐레벌떡 뛰어와 수업에 참여하려는 여성이 있었을 정도로 열의가 대단했다.

강사 임옥선씨는 "일반 주부들보다 POP에 대한 몰입 정도와 의욕이 훨씬 높다"며 "수업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꿈도 야무지다. 3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메리안(26)씨는 "분식점을 차릴 예정인데 직접 메뉴판도 만들고 10개월 된 아기가 크면 가르쳐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4년차 주부인 레디김이(27·베트남)씨도 아기방을 직접 꾸며 줄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열심히 배워 가지고 아기방에 나비도 그려주고 예쁜 글씨도 직접 써 주려고 한다"며 "사업하는 남편 회사도 꾸며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리3동 주민센터 이정희 담당자는 "애초 결혼이주여성들이 POP 글쓰기를 통해 한글을 재미있게 익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가 좋을 줄 몰랐다"며 "젊은 새댁들의 취향과 직업에 대한 결혼이주여성들의 관심이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