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욕생활'을 실천하라

입력 2010-04-16 07:31:23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두고 불가(佛家)에서는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 한다. 여기에서 '사바'를 우리말로 의역하면 '인토'(忍土)이다. 이를 풀이하면, '인내하며 사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또한 어리석어서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사를 처리하는 인간을 '중생' 혹은 '범부'라고 한다. 사람이 '범부'로 살게 되면 언제나 충돌과 마찰, 다툼이 생기게 되고 결국 원한과 질시로 인해 화가 일어나고 번뇌가 끊이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심해야 할 것, 세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선남자, 선여인들에게 세 가지 법이 있다면 진리의 도량에 이르게 되나니 그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신체의 청정(淸淨)이요, 둘째는 입의 청정이요, 셋째는 생각의 청정이다. 이 세 가지 법을 갖추면 부처님의 도량에 이르게 된다."이다.

이것이 불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다. 사람은 몸과 입과 생각으로 업을 짓는다. 신체적인 행위로 인한 업은 신업(身業), 언어로 인한 업은 구업(口業), 마음으로 인한 업은 의업(意業)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 업이 축적되어 에너지를 가진 업력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면 업의 훈습(薰習)은 거듭되어 이 세상을 고통의 바다로 만들고 심지어 사람의 얼굴, 생각마저도 그 업에 따라 변하게 된다. 그런데 너무나 잘 알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나의 은사이셨던 청담스님은 생전에 '인욕보살'(忍辱菩薩)로 많은 분들께 추앙받았다. 인욕이란 이 세상의 온갖 고통과 번뇌 등을 참는 불교 수행법을 말하는데 그 속에는 '신·구·의' 삼업에 대한 말씀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에서는 모욕이나 고통, 번뇌 따위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것들을 능히 참고 참아서 조금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견뎌 자신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찾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인욕생활'을 실천하지 못하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화(禍)뿐이다. 물론, 인욕은 말로는 쉬우나 실제로 행하기는 지극히 어렵기 때문에 부처님도 이를 간곡히 권했으며 나의 은사 청담스님께서도 특별히 제자들에게 당부했다.

만약, 사람이 자신에게 오는 모든 모욕과 즐거움조차 헌신짝같이 버릴 수만 있다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가 있다. 이를 모두 실천할 수만 있다면 성인(聖人)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범부들이 이를 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은 인욕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몸에서 오는 온갖 화를 줄일 수 있으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행복을 얻을 수가 있다.

선묵혜자 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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