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은 전기품질 유지 책임 다하라

입력 2010-04-13 11:02:41

구미국가공단 입주 기업들이 전압의 순간강하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10여 차례 전압의 순간강하 현상이 발생, 구미공단 내 35개 업체가 1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전압 순간강하는 0.1초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정격전압이 턱없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전기의 품질에 민감한 전자'반도체'화섬 등의 업종에서는 심각한 피해를 낳는다. 생산라인 중단으로 재가동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납품 지연, 불량품 발생 등 복합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피해 업체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피해 업체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한전 측은 자연현상으로 인한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압 순간강하는 주로 피뢰기 파손이나 강풍으로 전선 간 거리가 좁혀지면서 발생하는 고장 전류 때문에 생기는데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압 순간강하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별도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결국 전압 순간강하 방지를 위해 한전이 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한전은 전기를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의 품질에 문제가 있어도 기업은 대안이 없다. 이 같은 전력 산업 구조 하에서 전압 순간강하의 원인을 자연현상으로 돌리고 기업에 별도의 시설을 갖추라는 것은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받기 싫으면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런 자세는 곤란하다. 한 번도 아니고 10번이나 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면 문제는 한전에 있다. 원인을 찾아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연현상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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