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영남 주요도시 1시간 이내 지척거리 접근성 최적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줄곧 침체한 대구경북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하늘길은 열고, 물길을 트며, 대기업이 올 수 있도록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해법처럼 낙동강 물길은 열리고 있고 대구·포항·구미에는 국가산업단지가 유치됐다. 이제 남은 것은 영남권 신국제공항 조성뿐이다.
부산경남도 입장은 마찬가지일 터이다.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수도권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는 김해국제공항을 대신할 새 '하늘길'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신공항 입지를 두고 영남권 4개 시·도와 부산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구·경북·경남·울산이 지지하는 밀양과 부산이 고집하는 가덕도 등 2파전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국가경쟁력과 영남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남권 모두의 자랑이 돼야 할 신공항 입지 후보지인 밀양 하남과 부산 가덕도를 26일 다녀왔다. 두 곳 모두 장단점이 상존하지만 '대구경북의 입장에서는 어느 곳이 좋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지척(咫尺)인 밀양 하남
지난달 26일 오전 8시 40분 대구 도심에 위치한 매일신문사에서 승용차로 출발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정웅기 박사(교통물류학)가 동승했다. 취재차량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IC를 통해 밀양으로 향했다. 도심에서 수성IC까지는 15분 걸렸다. 화창한 날씨처럼 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렸다. 청도와 밀양IC를 지나 남밀양IC에서 내릴 때 시각은 오전 9시 19분. 신문사를 떠난 지 39분만이었다. 멀다는 선입견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경상남도 밀양은 대구의 앞마당과 다를 바 없었다.
창원시와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 하남읍도 가까운 거리였다. 고속도로 IC와 연결된 25번 국도는 왕복 4차로(최고속도 80㎞/h)로 시원스럽게 뚫린데다 공항 후보지와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남밀양IC를 나와 승용차로 불과 8분가량 달리니 왼쪽 편에 광활한 들녘이 펼쳐졌다. 1천750만㎡(530만평)인 이곳은 현재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있지만 조만간 신공항이 들어설 것이라고 밀양시 관계자는 믿고 있었다.
대구·경북은 물론 경남·울산 등 영남권 4개 시·도가 왜 밀양 하남을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적극 밀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최적지였다. 대구는 물론 부산, 울산, 포항, 구미, 경주, 마산, 창원, 진해 등 영남권 주요 도시에서 1시간 이내의 지근거리인 것이다.
동행한 정웅기 박사는 "밀양역과 삼랑진역이 15분 거리에 있어 KTX와의 접근성도 좋고, 조만간 울산~밀양~함양을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가 뚫리는 등 더 이상의 교통 인프라를 새로 구축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신공항 부지 내인 해동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부지 내에 있는 하남읍 명례리 주민들은 신공항이 밀양에 건설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영남권 신공항은 남부경제권(대경권, 동남권, 호남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중심인 밀양이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국내 최연소 경비행기 조종사로 유명한 고 강윤호씨의 부친인 강화운(52·밀양 상남면)씨는 "아들과 함께 경비행기를 많이 몰아본 경험상, 해상의 기압 차는 변화가 심한데다 기류도 불안정해 육상공항이 더 안정적"이라며, "또 해일이나 해풍 영향과 새들이 많은 가덕도의 경우는 대형 여객기가 뜨고 내릴 만한 최적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밀양시 최병식 창의정책개발팀장은 "밀양 하남은 오히려 부산 공항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다리 하나만 건너면 부산 사상지역인데, 왜 굳이 먼 가덕도를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까운 부산, 먼 가덕도
다른 지자체들이 가덕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다. 가덕도를 향해 다시 남밀양IC(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 오른 시각은 오전 11시 10분. 삼랑진을 지나 부산 초입인 대동IC(11시 29분)까지는 채 20분이 안 걸렸다. 밀양에 들르지 않고 대구에서 바로 왔다면 정확히 59분이 걸린 셈이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대구와 부산은 1시간 이내로 생활권이 짧아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가덕도까지는 멀었다. 대동IC에서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 대항동까지 40분가량 걸렸다. 부산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때문에 가덕도 인근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부산신항만 조성 등으로 왕복 8차로 진입도로의 차량정체가 심해 '가다 서다'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 박사는 "부산신항만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될 경우 유발 교통량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현재 공사중인 신공항 후보지와 육지를 잇는 가덕대교의 교통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는 섬의 남쪽 끝에 위치한 대부분이 해상 지역이었다. 해상이다 보니 수심이 걱정됐다. 깊을수록 천문학적인 공사비가 들기 때문이다. 섬 주민들은 수심이 15~20m라고 했다. 눈으로만 봤을 때도 얕은 지역이 아니었다. 정 박사는 "부산시는 공항 후보지와 인접한 산(국수봉)을 하나 깎아 매립한다는 구상이지만 흙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매립 비용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대한토목학회가 내놓은 '영남권 신국제공항 후보지별 부지조성비'에도 이 같은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밀양 하남이 절토 및 성토비용에 6조원이 드는 반면, 가덕도의 경우 바다매립 비용만 두 배 이상인 15조4천억원이 들 것이라는 얘기다.
이곳 주민들도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이었다. 대항동 주민 황광윤(48)씨는 "가덕도에는 8개 부락, 3천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요즘 신공항 소식 때문에 생활의 터전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던 가덕도가 최근 신항만 건설로 물고기가 오지 않는 섬으로 변했는데 앞으로 공항까지 들어서게 되면 끝"이라고 말했다.
대항새바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가덕도의 자연환경은 둘째치고 우리나라 대표 철새 서식지인 낙동강하구 삼각주의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또 부산 명지주거지구 등 신시가지에 사는 시민들도 소음 피해에 시달리게 된다"고 걱정했다.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에서 바라다본 명지지구와 철새 서식시는 분명 가깝게 느껴졌다.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첨단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 2009년에 이룬 대구경북의 꿈을 현실로 잇게 할 신공항 후보지들과 작별하면서 가덕도에서 만난 한 부산 시민의 말이 떠올랐다. "부산의 동쪽이나 북쪽에 사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가덕도보다 밀양이 더 가까워요. 부산만이 아닌 영남권 전체를 잘 생각해서 결정했으면 합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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