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한옥의 미래

입력 2010-04-08 13:18:05

편의성 가미 신개념 주거형태로 거듭난다

"한옥에서 산다는 것은 자연과 함께한다는 거죠. 방문을 열면 자연이 시원스레 펼쳐지는데 계절에 따른 미묘한 변화가 피부로 와닿아요. 오묘하게 변하는 자연의 소리도 몸소 느낄 수 있고요. 삶의 깊이가 생긴다고 할까요."

경주에서 한옥민박 수오재(守吾齋)를 운영하는 기행작가 이재호씨는 한옥의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의 전통 주거양식인 한옥은 한국인의 '로망'이나 다름없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전국 남녀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거주 형태로 한옥(41.9%)을 가장 선호했다. 보편적 주거형태인 아파트(29.3%)나 일반단독주택(25%)을 크게 앞서는 결과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싸고 불편하다는 선입견이 강해 살 엄두를 못내는 이중성을 보인다.

최근 한옥이 뜨고 있다. 한옥의 옛 멋을 충분히 살리면서 실내는 간결하고 현대적인 구조를 가진 한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거 전문가들은 한옥에 현대적인 요소들을 잘 가미한다면 앞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주거개념으로 자리잡을 거라고 예상한다.

◆신한옥으로 재탄생

지금까지 한옥의 보편화를 막는 요인은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8.5%가 '현대적 생활에 불편함'을 꼽았고 '유지 관리가 어려움'(20.4%), '입주 관련 비용이 비쌈'(11.6%)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현대식 한옥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TV에도 등장해 신선함을 주고 있다. TV 오락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와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각각 등장한 복합문화공간 낙고재(樂古齋)와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羅宮) 등이 대표적이다. 한옥 개발 붐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아파트라는 현대의 주거공간에 한옥의 건축원리를 결합시킨 '한옥 아파트'를 발표했고 2012년 입주 예정인 화성 동탄2신도시를 한옥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서촌 일대를 기존 북촌마을에 이어 새로운 '한옥지정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한옥 형태의 사무실이나 병원, 레스토랑 등도 여기저기 지어지고 있다.

주거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한옥은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의 개념으로 바뀌고 현대적인 건물과 합쳐진 융합형 개념으로 발전할 거라고 전망했다. 한국현대한옥학회 이현수(연세대 주거환경학과 교수)회장은 "한옥의 본질인 공동체 개념과 공간 활용에 충실하면서 현대적인 편의성이나 기능성을 가미한 융합형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의 규격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보편화되면 한옥은 충분히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자재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고 이를 조립하는 형태로 한옥을 만든다면 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어 대중화가 가능하다.

◆체험한옥 뜬다

한옥 개발과 함께 한옥마을 사업이나 한옥숙박 등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전국적으로 한옥이 가장 많은 경북의 경우 도청에서 매년 1, 2개 마을을 선정해 전통 한옥 개'보수와 화장실'주방 개선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되도록 외부인에게 숙박을 유도하고 있다. 경북도청 관광개발과 장학곤씨는 "보통 한옥에서 숙박과 체험을 병행할 수 있도록 고택 운영자나 전통마을 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경북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일본 등지의 견학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현재 경북에는 12개 시'군에 모두 23개의 한옥마을이 있다. 또 109채의 한옥에서 숙박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대 2천771명을 수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옥 활성화의 핵심은 체험프로그램에 있다고 전망했다. 한옥이 관광상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실속 있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옥체험이라고 하면 눈으로 그냥 즐기거나 하룻밤 자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향후에는 체험에 초점을 맞춰 한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한옥체험은 특히 외국인이나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한옥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음식체험이나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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