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주부들

입력 2010-04-08 08:16:26

빈 꽃바구니를 화분으로 변신시켰다.
빈 꽃바구니를 화분으로 변신시켰다.
발코니 창문에 봉을 걸어 화분을 달아놓은 김씨의아이디어 작품.
발코니 창문에 봉을 걸어 화분을 달아놓은 김씨의아이디어 작품.
못 쓰는 법랑 냄비에 화분을 담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못 쓰는 법랑 냄비에 화분을 담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을 좋아하는 김용임씨의 발코니에는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다.
꽃을 좋아하는 김용임씨의 발코니에는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다.

'봄'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 '꽃'이다. 꽃이야말로 봄 분위기를 가장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소품이다. 이맘때면 꽃화분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꽃집을 찾는 주부들이 많다. 특별히 꽃과 주파수가 잘 맞는 사람이 있다. 김용임(49'대구 수성구 수성4가)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발코니 가득 30여종의 화초를 키우며 웃고 대화한다. 발코니에서 화초 잘 가꾸는 방법과 그녀만의 행복론을 들어본다.

제라늄, 긴기아난, 수국, 열무, 미나리, 란타나….

김용임씨의 아파트 발코니는 사계절 늘 꽃이 만발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따뜻한 봄에는 제라늄, 난, 장미 등 10여종이 넘는 꽃이 한꺼번에 개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김씨의 집은 꽃과 풀이 많은 집으로 아파트단지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꽃으로 가득 찬 발코니는 김씨만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발코니에 싱싱한 꽃과 각종 소품들이 즐비하지만 그 무엇 하나 비싸게 구입한 것은 없다. 대부분 저렴한 꽃화분을 사서 꺾꽂이를 하거나 재활용 소품들을 활용해 저렴하게 꾸몄다.

특히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발코니 창문에 화분을 걸어둔 화분걸이가 눈에 띈다.

"발코니에 못 쓰는 커튼 나무봉을 걸고 운동화끈으로 연결해 화분을 조롱조롱 걸어둡니다. 그러면 꽃이 햇볕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발코니도 비좁지 않아 너무 좋아요."

자칭 'S자 고리만 있으면 맥가이버'다. 김씨의 아이디어는 그뿐만이 아니다. 주워온 폐품들도 멋진 소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못 쓰게 된 빨간색 법랑 냄비에 작은 꽃화분을 넣어두니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했다. 아파트 놀이터 공사 현장에서 버리는 나무 판자를 주워와 꽃받침대로 사용하니 발코니가 한층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빈 꽃바구니에 비닐을 깔고 구멍을 뚫어 화분을 넣으면 유럽풍의 멋스러운 화분이 된다. 꽃을 가꾸는 데 있어 김씨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퇴근해 집에 오면 바로 발코니로 들어와요. 아무리 피곤해도 여기에만 들어오면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져요."

그는 꽃들을 마치 친구를 대하듯 살갑게 대한다. 제라늄 화분을 지날 때는 일부러 장난치듯 툭 건드리며 말을 건넨다. 물은 수시로 화분의 흙을 만져보고 화초의 컨디션에 따라 준다. 소품마다 이름을 붙여 자신만의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1년 내내 열심히 꽃을 피워내는 바늘꽃을 보고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름모를 잡초도 몇 포기 심어두었다.

그는 특히 제라늄을 좋아한다. '제라늄과 사랑에 빠졌다'고 할 정도다. "제라늄은 꽃이 화려하고 예뻐요. 독특한 향도 좋고 키우기도 쉬운데다 종류도 많죠. 향이 강해 모기를 쫓는 역할도 합니다."

제라늄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페라고늄, 무늬 제라늄 등이 빨강, 진분홍, 연분홍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김씨는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요령을 알려준다. 화초를 키울 때 물과 햇빛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 사람과 마찬가지로 환기를 잘 시켜줘야 식물들이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집에 사람이 잘 없는 경우 식물들이 곧잘 죽어버리는 이유다.

꽃을 잘 피워내려면 비료도 부지런히 줘야 한다. 꽃을 피워내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기 위해서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미나리 뿌리를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놓으면 미나리가 저절로 자란다. 발코니에서 키워낸 미나리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얘들은 사람에게 상처를 안 주잖아요. 제가 들이는 공보다 더 많은 행복과 위로, 평안을 줍니다. 꽃을 키우면 행복은 덤으로 따라와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igs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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