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권함

입력 2010-04-07 09:10:11

봄기운 따라 지방선거의 분위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예비후보자 등록에 이어 정당별 후보 공천 신청이 이루어졌고, 이어 각 정당들의 후보자 공천과 공천된 후보들의 등록이 있을 것입니다. 5월 14일까지 정당 공천자와 무소속 출마자들이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면 5월 20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투표일인 6월 2일 전날까지 총 13일간 선거운동이 진행될 것이고, 각 정당들과 후보들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여 득표 활동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벌써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인사들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전략구상을 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정당 공천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론과 낙점을 동시에 얻어야 하는 도지사나 시장의 경우는 경선을 위한 선거전에 돌입했습니다.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 몇몇 지역에서는 기 싸움이 벌어져 고소 고발 사건과 불법선거운동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중앙 정치도 본격적인 선거 차비를 하고 지원 강화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제기된 민생 관련 이슈들을 꺼내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기선 제압을 위해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상대방에게 승부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착착 진행되는 선거 준비와 정비된 선거 제도들,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불과 반세기 남짓 학습한 민주주의가 이처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선거 제도와 과정만 놓고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단한 국가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유권자입니다. 아무리 절차와 제도가 선진화되었다 하더라도 투표하는 자가 없으면 선거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특히 청년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사회변혁의 동력이고 미래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젊은 층들의 투표율이 낮다고 야단법석이지만 왜 그런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 30대가 지지 후보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 정책과 공약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결국 젊은 유권자가 투표를 기피하는 이유는 선거판이 재미가 없어서입니다. 재미있는 곳에 눈길 가고, 발길 닿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겨야 몸이 움직입니다. 투표 행위가 민주 시민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책임이고 의무라고 아무리 강조해보았자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선거 방송을 하고, 홍보물을 보내고, 설문조사를 하면서 유인하더라도 내용 자체가 흥미롭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막상 선거 당일 날 투표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를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사람이면 반드시 젊은 유권자를 매혹시킬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 정도는 내놓아야 합니다. 식상한 공약과 고만고만한 홍보물로 표심을 구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공부에 바쁘고 일에 바쁜 젊은이들이 흡족할 만한 제대로 된 정책공약 하나 정도는 예의입니다. 그것조차 어려우면 미소 한방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획기적인 홍보 문구나 도안이라도 내놓아야 합니다. 투표 참여자에 대한 이벤트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 내용 중에는 투표 참여자 우대 제도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20대(71.1%)와 30대(60.6%)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젊은 유권자가 투표에 대한 반대급부나 대가를 바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즐거운 선거가 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라는 뜻입니다.

기성세대는 그들이 원하는 작은 것에 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 스스로 역사를 이끌 멍에를 짊어질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 젊은 유권자들을 보십시오.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시간 공부하고, 가장 총명하고 지혜로운 세대입니다. 그들의 무한한 재능과 잠재력은 우리나라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는 대한민국의 주인인 젊은 유권자들이 꼭 투표에 참여하기를 권합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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