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난 스마트폰에게 맡기는데…모바일 금융서비스의 진화

입력 2010-04-07 09:29:24

직장인 한수연(33·여)씨는 송금할 때 은행에 가거나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자신의 스마트폰만 몇 번 터치하면 송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세를 보기 위해 직장 상사 몰래 사무실 컴퓨터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켜두던 일도 그만뒀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외근이나 점심식사 중에도 주식 시세를 확인하고 거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스마트폰으로 수입, 지출을 관리하는 가계부를 쓰거나 자산변동 추세, 자산 관리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금융시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단순한 예금 조회와 자금이체뿐만 아니라 종합자산관리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은행, 카드도 스마트폰으로

하나은행은 이달 초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윈도 모바일 기반의 뱅킹 서비스를 선보였고,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아이폰용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스마트폰 뱅킹 프로그램 다운로드 수는 지난달까지 6만8천여건에 이른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 1월과 3월 아이폰용 뱅킹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들을 제외한 14개 시중은행은 이달 말쯤 아이폰과 옴니아폰용 스마트폰 뱅킹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스마트폰에서 이용 내역, 한도 등 각종 조회를 포함한 신용카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Smart 신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드 이용 내역 및 이용 한도, 결제 예정 금액 등 각종 조회서비스와 콜센터 상담을 할 수 있다. 다른 카드사들도 이르면 이달 안에 스마트폰 카드 결제 서비스를 출시한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모바일뱅킹을 통한 하루 평균 자금이체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천656억원(172만건)으로 전년에 비해 76.2%나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도 2005년 186만1천명에서 2006년 297만9천명, 2007년 500만9천명, 2008년 847만8천명, 2009년 1천115만5천명으로 5년간 무려 599%나 증가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 모바일뱅킹을 통한 은행거래는 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최대 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바일뱅킹 이용건수가 일반 휴대폰 이용자보다 5.1배나 많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도 급증

아이폰 출시 이후 휴대폰을 통한 주식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무선단말기를 통한 주식거래 대금은 5조6천187억원을 기록해 개인투자자 전체 주식거래대금 중 3.06%를 차지했다. 개인투자자의 무선단말기를 통한 주식거래가 3%대를 넘은 것은 7년 만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 참여율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모바일 거래비중은 3.58%에 달했다.

모바일 주식거래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SK증권, 현대증권, 동양종금증권 등 7개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주식거래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하루 평균 접속자 수가 5천여명, 평균 주문자 수는 1천명에 이른다. 윈도 기반의 옴니아2에서 증권거래서비스를 제공 중인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이달 안에 아이폰용 주식거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모바일을 통한 주식거래 비중이 1, 2년 내에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주식거래는 시·공간적 제약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켜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시세를 조회하고 주식매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주식거래 수수료가 온라인 거래보다 비싸고,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구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전자상거래 빗장도 열려

스마트폰 전자상거래를 막고 있던 공인인증서의 봉인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자금융거래 시 공인인증서 외에 인증방법 사용을 금지한 전자금융감독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공인인증서 대신 다른 방식으로도 금융 결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공인인증서 대신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웹방식인 'SSL+OTP'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웹 방식은 공인인증서처럼 운영체제별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필요가 없고 비용도 저렴하다. 또한 자금이체 등 절차도 훨씬 더 간편해진다.

또 30만원 미만의 소액결제의 경우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소액결제에 대한 다양한 결제 방식을 허용되면 온라인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다양한 스마트폰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