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고기'생선'채소 등 골고루 한 끼 600~800K㎈ 열량 섭취가 적당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먹을 뿐 아니라 한 끼라도 굶으면 배가 고파 어쩔 줄 모르며, 가난뱅이들은 부잣집에서 꾸어서라도 많이 먹을 정도로 무절제하고, 군사들의 행렬에도 군량이 짐의 반이 넘는다.'
16세기 성현이 쓴 '용재총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에 비해 육체적인 활동량이 많았으니 당연히 많이 먹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한 끼에 먹은 밥의 양을 보면 지금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았다.
고려와 조선시대 풍속화를 보면 밥그릇이 지금보다 훨씬 큰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기록에는 한 끼에 성인 남자 7홉, 성인 여자 5홉, 어린이 3홉을 먹고 소아도 2홉을 먹었다고 나와 있다. 10홉이 1되이니 성인 부부와 어린이 2명인 4인 가족이 한 끼에 두 되 정도의 쌀을 먹은 셈이다. 1홉이 180ml 정도이니 요즘 사람들의 밥 1인분은 2홉이나 될까.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전기밥솥에 가득한 밥을 네 식구가 한번에 먹어치우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당시 식사량이 짐작될 것이다.
당시 한 끼에 2홉 약간 넘는 밥을 먹은 것으로 전해지는 일본인들은 조선 사람들의 밥그릇을 보고 놀라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세상에서 음식을 가장 많이 먹는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표류해 유구국(琉球國, 오키나와)에 도착한 자가 있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비웃으면서 그에게 말하기를 '너희 나라 풍속에 항상 큰 사발에 밥을 퍼서 쇠숟가락으로 푹푹 퍼먹으니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이익, '성호사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대식가인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평민들에게 밥 외에 별다른 반찬이 없었다. 반찬이 있다고 해도 된장과 간장에 김치나 동치미 같은 발효식품, 산과 들에서 나는 채소와 나물이 대부분이었고 밥과 함께 먹는 국 역시 무나 우거지 등 식물성이었다. 김치가 없으면 간장만으로 밥을 먹는 일이 허다했다.
다행히 쌀에는 탄수화물 외에 단백질과 지방질,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풍부해 쌀밥만 먹어도 영양실조에 걸리는 일이 없다. 빵이나 밥과 함께 채소와 고기를 먹는 서양인이나 밥과 요리를 잔뜩 먹는 중국인, 밥과 회에 채소를 먹는 일본인들의 음식 섭취량이 결코 우리보다 적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조선시대 중기까지 평민들에게 하루 두 끼가 보통이었다는 점도 한 끼 식사량이 많은 이유를 설명한다. 점심은 그저 배에 점을 찍을 정도로 일시적인 허기를 달래는 양이었으니 하루 두 번 먹는 끼니, 그것도 고기나 생선 반찬이 없는 밥의 양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육체활동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현대인들은 그만큼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고기와 생선, 채소 등 반찬이 풍부한 점도 밥의 양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서영성 교수는 "예전에 비해 육체노동이 적은 요즘은 밥과 함께 생선 한 도막과 채소 한 접시 등을 한 끼에 먹되 600~800kcal 정도의 열량이 되도록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세 끼를 비슷한 양으로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체중 조절이나 신체활동 측면에서 아침이나 점심을 저녁보다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음식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음식에서 나오는 열량이 한 끼 식사의 양을 결정하는 기준인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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