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파괴·암초 충돌·외부 공격…침몰원인 각종 說 난무

입력 2010-04-01 09:43:51

"오락가락 해명한 軍 책임론 불가피"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구구한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 해군이 기뢰나 어뢰에 의한 외부 타격설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언론들과 네티즌들은 '피로'에 의한 파괴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피로 파괴설=천안함의 침몰 원인으로 어뢰나 기뢰 등 외부에서 가해진 폭발이 아니라 용접 부위에 장기간의 누적된 균열로 인해 선체가 급작스레 파손되는 이른바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폭발로 보기에는 정황상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데다, 천안함의 절단면이 칼로 자른 듯 매끈한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 피로 파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피로 파괴에 따른 선체 파괴 선례도 있다. 1943년 1월 16일 미국 오레곤주 포트랜드항에 정박해 있던 1만6천t급 유조선 T-2 탕커호가 갑자기 두 동강났는데 함수와 함미를 나눈 절단면이 마치 자로 잰 듯 잘려나간 채 수면 위로 치솟았다는 것. 절단면의 위치도 천안함과 비슷했다. 나중에 이뤄진 조사를 통해 T-2탱커호는 미세한 균열이 장시간 누적된 충격과 압력으로 인한 피로 파괴의 사례로 연구돼 왔다.

한 선박 관련 전문가는 건조된 지 21년 된 천안함의 용접 부위에 미세한 균열이 누적돼 침수 현상이 발생했으며, 침수된 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선박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용골'이 부러지면서 천안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분석을 인터넷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침몰 당시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천안함 승조원들의 증언이 있었고 사고 해상에 잔해나 부유물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이 시나리오의 근거다.

그러나 피로 파괴 가능성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해군 역사상 이러한 사례가 없으며, 매일 철저히 정비를 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군은 또한 기뢰가 선체에 충돌하지 않고 수중에서 폭발하면 그 압력으로 천안함의 절단면이 매끄럽게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암초 충돌설=사고 해역에는 해저 지도에 나오지 않는 암초가 있으며 천안함이 암초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저속 운항 중 스크루가 암초에 부딪칠 경우 선내에서는 마치 폭발음처럼 들리면서 배가 좌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해경 김수현 경비안전국장의 국회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30일 국회 민주당 특위에서 "사고 발생 지점 해저에 암초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배가 암초에 부딪쳐 넘어지는 과정에서 무게 중심이 뒤에 있는 배가 부러진 것 아니냐는 제보가 있다"는 발언에 대해 "(함정이) 암초에 부딪쳐 엔진 이상이 생기면 스크루가 정지된다"며 "암초라는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장수만 국방부 차관 등 군 당국은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비공개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사고 해역을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사고 원인이 암초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혀 암초 충돌성을 부인했다.

◆외부 타격설…기뢰냐, 어뢰냐=군 당국이 무게를 싣고 있는 외부 타격설의 핵심은 어뢰냐, 기뢰냐로 좁혀진다. 특히 북한의 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군쪽을 소스로 한 일부 정보를 토대로 천안함 침몰에 앞서 초계함이 사고 해역으로 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북한 잠수정 부대에서 어뢰 장착이 가능한 반잠수정이 4대나 출동했다든지, 이상한 징후가 발견됐고 이를 한국과 미국군의 정보계통에서 포착했다든지 하는 내용이 이런 관측의 핵심 항목이다.

만일 이런 것들이 사실이라면 침몰을 전후해 북한군의 동향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게다가 천안함 침몰 당시 인근의 속초함이 76㎜ 함포 포격을 한 것이 확인되면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군의 발표대로 미확인 비행물체(새떼)를 향한 게 아니라 예컨대 북한의 반잠수정 같은 해상의 물체를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기뢰 또는 폭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도 여전히 유력한 가상 시나리오다.

◆군 책임론 불가피=진상규명이 어떤 방향이 되더라도 군 책임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고의 지휘체계에는 취임한 지 각각 8개월과 8일 된 김태영 국방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있다. 침몰한 천안함은 평택 2함대 사령관 휘하에 있다.

게다가 군이 천안함의 교신기록 등 사고의 진상을 밝혀 줄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의혹만 확산시켰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특히 군은 사건 발생 직후 '파공'(구멍)에 따른 침몰이라고 했다가 '절단'으로 말을 바꿨다. 이는 내부 폭발이냐 외부 공격이냐를 가르는 주요 판단 기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천안함이 낮은 수심으로 암초에 걸릴 위험이 높은 해안 1.8㎞ 지점까지 근접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 제기에 대해 군 당국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에서 군 당국은 미군과 합동으로 진행 중인 독수리훈련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부인하면서 'NLL 경계임무'라는 추상적 답변에 그쳤다. 근접해역 투입경위에 대해선 "기상상태가 나빠 고속정이 묶이면서 초계함인 천안함이 근접해서 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긴급현안질의를 하기로 했으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고속정 지원업무를 맞는 초계함이 위험을 무릅쓰고 근접해역의 작전에 투입된 배경이 무엇이냐를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내부 폭발과 같은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군 책임론이, 외부타격설로 드러나면 타격주체를 향한 엄청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북한 연루설이 부각되면 남북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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