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옷 판매 '뚝' 농산물 값 '억'…유통가 '된서리'

입력 2010-03-31 09:34:37

3월이 다 지나도록 풀릴줄 모르는 쌀쌀한 날씨로 화사한 빛깔의 봄 옷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 백화점들은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되는 봄 정기세일을 통해 싼 가격으로 고객의 주머니를 공략,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3월이 다 지나도록 풀릴줄 모르는 쌀쌀한 날씨로 화사한 빛깔의 봄 옷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 백화점들은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되는 봄 정기세일을 통해 싼 가격으로 고객의 주머니를 공략,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봄을 찾습니다.' 실종 광고라도 내야 할 판이다. 꽃샘추위가 이어지다 폭설과 강풍, 황사마저 잇따르는 변덕스러운 3월 날씨 속에서 봄 기운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내일이면 4월이지만 봄은 아직 먼 발치만을 맴돌고 있다. 덕분에 유통가는 된서리를 맞았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여심을 자극해야 소비심리도 한껏 상승세를 타지만 추운 날씨에 쇼핑 나들이마저 자제하면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 게다가 농산물 값은 뛰어올라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봄옷 판매 떨어지고

봄옷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2월 하순 이후부터는 신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3월부터 본격 판매가 이뤄지지만 올해의 경우 이상 저온 현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것.

봄에는 일반적으로 빛깔 화사한 블라우스와 원피스, 티셔츠 등의 옷들이 많이 팔려나가는 시즌이지만 추운 봄 날씨에 자취를 감췄고, 트렌치코트와 후드티셔츠 등 약간 두툼한 간절기 상품들만 백화점 매장을 메우고 있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되면서 각 유통업체마다 올 봄 의류 판매에 주력하기 위해 물량을 확보했지만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백화점의 3월 봄 신상품 의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줄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영캐주얼과 여성 정장류 봄 신상품 매출이 10% 정도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대신 추위를 막아주는 점퍼와 바람막이 등의 아우터류의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며 전체 백화점 매출을 방어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희비가 엇갈렸는데 빠른 기획과 물량 지원이 탄탄한 브랜드가 선전했다"며 "여성복의 경우 시슬리와 시스템 등 아우터류를 많이 기획한 브랜드들의 매출이 좋았으며, 특히 후드티와 재킷 등 간절기 아이템이 많은 캐주얼 브랜드들이 고신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아웃도어도 추운 날씨 덕택을 톡톡히 봤다. 고어텍스 소재의 바람막이 제품들이 판매를 주도하면서 3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날씨가 좀체 풀릴줄을 모르면서 당장 다음달 2일부터 봄 정기세일에 돌입하는 백화점들은 판매 전략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봄이 짧아지고 겨울에서 곧장 여름으로 연결되는 대구의 계절 특수성을 감안할 때 봄옷 재고를 처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백화점 관계자는 "각 브랜드마다 티셔츠와 블라우스 등의 봄옷 재고가 쌓여 있어 할인폭을 높여서라도 재고 처분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는 싼 값에 봄 옷을 장만할 수 있는 적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농산물 가격 치솟아

과일과 야채 등 농산물은 꽃샘추위로 산지 생산 사정이 악화되면서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어오르고 있다. 지역의 한 백화점에 따르면 29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농산물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적게는 5%, 많게는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추의 경우 지난해 포기당 3천250원에 판매되는 것이 현재는 5천600원에 판매돼 72.3%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대파 한 묶음은 1천350원에서 1천980원으로 46.7% 올랐다. 풋고추는 '금고추'가 됐다. 지난해 200g 한 봉지에 1천580원에 판매되던 것이 지금은 3천380원까지 치솟아 2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또 시금치는 36.5%, 호박은 38.9%, 가시오이는 20.9% 상승했다. 백화점 농산물 담당자는 "강원도의 폭설과 함께 일조량 부족, 이상 저온 현상 등이 겹치면서 농산물의 수급이 불안정해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봄의 대표적 과일인 딸기는 당도가 예년보다 떨어졌지만 가격은 10% 정도 오르며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간절기이다보니 마땅히 대체할 과일도 없는 상황인 것. 롯데백화점 대구점 농산물 담당자는 "추운 날씨로 인해 3월까지 6% 정도 역신장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상 악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여름 과일인 참외와 수박 등의 수확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이 소비량 급감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며 걱정했다.

반면 겨울 상품 매출은 늘어났다. 3월 들어 대구백화점 식품관의 커피와 차 종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정도 판매가 늘었으며, 어묵도 18% 정도 매출이 증가하는 등 겨울철 인기있는 식품류의 매출이 3월에도 꾸준히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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