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봉이 김선달식 경제살리기

입력 2010-03-31 08:13:31

주인 없는 대동강 물을, 그것도 소 600마리를 살 수 있는 거금을 받고 팔았다는 조선시대 김인홍 선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산업적 시각으로 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언뜻 보기에 우리나라는 물이 풍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1993년부터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분류한 물부족국가로 분류돼 있다. 이런 이유로 물과 관련한 지자체 간 분쟁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물 산업을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많이 목격되고 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먹는 물을 떠올린다. 그리고 제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이미 생수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대구경북이 무엇으로 특화하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먹는 물만이 돈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고도로 정수된 산업용수, 해수 담수화, 폐수나 하수의 재이용, 수질 감시 등 많은 분야가 있고 이와 관련된 시설의 시공과 운영, 관련 소재 및 시스템의 개발 등 돈이 되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정부 역시 세계 물 시장을 2004년 886조원에서 2015년 1천600조원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다양한 육성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때 물 산업을 우리 지역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합쳐서 강점은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먹는 물 분야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우리 지역이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대구의 지반은 퇴적암층이고 여기에 흐르는 지하수는 프랑스의 에비앙 광천수보다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세계 최고급 생수로 개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역 언론과 함께 '동네우물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좋은 착상이며 훌륭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우물물을 퍼먹고 판매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산업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확대하고 그에 따른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우수한 IT기술을 접목, '동네우물'에 대한 수량유지와 수질보존을 위한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을 적용하여 안전성과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또한 커피숍이나 맥주 바(Bar)는 있는데 왜 생명의 원천인 물 바는 없는가? 이와 연계된 사회적기업도 만든다면 일자리도 충분히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잘만 기획한다면 충분히 돈벌이가 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앞에서 언급한 물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산업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 번 쓴 수돗물이나 산업용수를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상수도 누수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더 좋은 품질의 상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각종 폐수도 잘 걸러서 재이용해야 하고 하늘의 선물인 우수도 그냥 흘러 보내지 말아야 한다. 물이 우리 주위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도록 해야 하며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돈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해양심층수도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부산을 비롯한 몇몇 도시에는 유럽의 회사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도 이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느 지자체도 아직까지 물 산업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 전체 물 산업의 2%에 불과한 생수 분야에 제주를 비롯한 몇 개 지역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우수(雨水)는 수원에서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이다.

빨리 서둘러야 한다. 대경권이 가진 역량을 결집하여 토털 물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우리 지역은 낙동강 유역에 다수의 댐을 보유하고 있어 수자원이 비교적 풍부하고, 구미, 포항 등 산업용수를 많이 쓰는 공단이 있어 물 재이용 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물 산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IT융합기술이 우수하고 관련 R&D 인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주요 물기업인 코오롱과 웅진케미컬이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낙동강 페놀 사고를 계기로 물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도 어느 지역보다 높다. 20세기 석유의 가치에 비견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블루골드(Blue Gold)라고 불리는 물, 이제 이 물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 보자! 대구경북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돼보자.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