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 유골 발견후 여덟번째 추모제
"그해 태어난 아이가 올해 대학에 입학했으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지요. 그래도 그날은 생생해요. 부슬부슬 비가 왔어요."
'개구리 소년'이 실종된 지 19년이 지났다. '박찬인, 김영규, 김종식, 조호연, 우철원' 아이들을 가슴에 묻었다. 그래서 더 아리다.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유골 발견 이후 벌써 8년. 여덟 번째 추모제는 올해도 열렸다. 26일 오전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교 뒤편 와룡산에서다. 철원, 영규, 호연군의 아버지와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관계자 2명이 참석했다. 일반적인 상차림이었다. 삶은 돼지고기와 전이 추모상에 올랐다. 긴 말은 없었다. 10분 만에 추모의식은 끝났다. 그러나 살아있는 아버지들의 넋두리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아버지들은 애써 태연해 보이려했지만 힘겨워 보였다. 이들은 '미국판 개구리 소년 범인 검거'로 말문을 텄다. 이들도 진실을 알고 싶어했다. "30년 넘게 미제 사건이었다는데 잡고 보니 범인이 주변에 살던 사람이었다고 하네. 우리도 공소시효가 끝났으니 양심선언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곁에 없는 아들에 대한 아쉬움은 나이가 들면서 더 커진다. 아버지들도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산아제한인지 뭔지 그거 때문에 더 낳지도 않았는데 애라도 하나 더 낳아둘 걸 그랬어."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까투리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유족들의 시선이 궤적을 따랐다. "저게 우리 영규가 아닐까."
낮게 읊조리는 김현도씨의 말에 아버지들은 고개를 숙였다.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은' 경찰도 고개를 숙였다. 공소시효가 끝나도 범인 추적을 계속하겠다던 경찰의 수사는 공소시효 만료(2006년 3월 25일) 이후 잠잠하기 때문이다. 추모제에 찾아온 대구 성서경찰서 길상갑 경위는 "경찰의 한 사람으로서 유족들에게 죄송하다. 결정적 제보를 기다리는 것외엔 방법이 없어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답답한 마음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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