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법이다."
류승완 감독의 '짝패'에서 필호(이범수)가 친구를 배신한 후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다. 범죄영화의 매력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거대한 힘에 순응하며 차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수컷들의 본능을 잘 드러내준다.
프랑스 영화 '예언자'(자크 오디아르 감독)도 그런 영화다. 2주전 서울서 개봉돼 입소문을 탄 '예언자'가 25일부터 대구(동성아트홀)에서도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예언자'는 6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19살 아랍 청년의 범죄 성장영화다. 말리크(타하 라임)는 가족도 친구도 없고 이름만 겨우 쓰는 문맹에 신앙조차 없는, 말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가련한 인생이다.
감옥은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지만 여기서 모든 것을 배운다. 늘 혼자 지내던 그에게 감옥을 장악하고 있는 코르시카 갱 두목 루치아니(닐스 아르스트럽)가 제안을 해 온다. 중요한 사건의 증인인 아랍 수감자를 없애주면, 뒤를 봐주겠다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그는 루치아니의 신임을 얻게 되고, 코르시카 갱과 아랍 갱의 경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시도한다.
'프리즌 브레이크' 등 감옥영화가 많지만, 탈출을 놓고 벌이는 학대와 대결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예언자'는 그 절박함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결국 거물로 성장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입안에 면도날을 넣었다가 상대의 동맥을 끊어 살해하는 등 끔찍한 장면도 있지만, 피를 흘리면서도 면도날을 숨겨야 하는 절박함이 리얼하게 묻어난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거대한 힘에 이끌리지만, 결국 그 힘을 장악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과정들이 남성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갱 영화에서 남자의 꿈은 늘 슬픈 느낌을 준다. 오르는 것 보다 추락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에서 칼을 맞고 피보다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죽어가는 막둥이(한석규)나, 사랑하는 여인의 무릎을 베고 카리브 해변의 석양을 보려고 했지만 결국 총에 쓰러진 '칼리토'(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알 파치노, 29살 삼류 인생의 끝을 본 '비열한 거리'(유하 감독)의 병두(조인성) 등은 뒷골목에 길게 드리워진 슬픈 심상을 잘 전해주었다. 그래서 '예언자'의 말리크도 거물이 되어가면서 막둥이처럼 되지 않을까 가슴 조리게 된다.
'예언자'는 단순한 범죄영화를 넘어 감옥 속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역학, 이민자들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프랑스의 소수자 갈등, 종교적인 성찰, 인간 탐구 등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수작 범죄영화다. 18세 관람가. 러닝타임 154분.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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