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강산 관광, 선결 조건 논의부터

입력 2010-03-27 07:33:17

금강산 관광을 두고 북한이 남북 관계의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은 25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을 조사한다며 우리 민간 사업자들을 소집했다. 회의는 15분 만에 일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끝났다. 대신 북한은 오후 우리 정부가 지어 준 이산가족 면회소와 소방서를 전격 방문해 조사했다. 엄밀히 따지면 금강산 관광과는 별개인 이산가족 면회소에 대한 조사를 강행,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면회소 건물까지 몰수하겠다는 위협 시위를 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위협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이나 관광 재개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8일 남북회담에서 우리는 피격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신변 보장 등 3가지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에게 관광 재개를 위한 특별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발언을 내세워 신변 보장 약속은 이미 했다고 우기고 있다. 또 우리 조사단의 현장 방문은 수용하되 피격 지점은 군부 통제 구역이란 이유로 거부했다.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보여야 회담과 관광이 가능하다는 우리의 주장은 타당하다. 피격 사건은 두 번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될 일이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은 필수 조건이다. 북은 본인의 불찰에 의한 불상사라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지만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관광 재개를 위한 선결 조건 논의'는 향후 사고를 미리 방지하자는 대비책이다. 북이 거부할 일이 아니다. 신변에 위협을 안고 있다면 관광이 재개돼도 누가 금강산으로 관광을 나서겠는가.

내달 1일까지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부동산을 몰수하겠다는 북의 위협은 남북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사 기간을 일주일로 잡은 것도 협박의 수위를 차츰 높여가며 금강산 문제를 남한 내 이슈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동산 몰수 조치는 남북 관계의 파국을 불러올 뿐이다. 핵을 비롯해 북한과의 문제를 대화로 풀려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와는 역행하는 방향으로 남북 관계가 진행된다면 이는 남북 모두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북한의 주장에 어설프게 따라가선 안 된다. 대화로 해결한다는 대원칙은 고수하되 무조건적인 양보는 있을 수 없다. 남북 관계가 다소 어려워지더라도 진정한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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