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중 스님, "독립된 조국에 安의사 유해 안장해야죠"

입력 2010-03-26 09:50:08

"안 의사님의 숭고한 뜻을 잊지 말고 후손 대대로 전해야 합니다."

40여년 간 사형수 교화에 힘써 '사형수들의 대부'로 불리는 박삼중(69·부산 자비사 주지) 스님은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는 전도사다.

이달 20일 국립대구박물관 해솔관에서 스님은 '순국 100년 안중근 국채보상운동, 동양평화로 피어나다' 특별전 프로그램인 '동양평화학교'의 강사로 나서 '안중근의 생사관(生死觀)-안심입명(安心立命), 안중근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주제로 2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풀었다.

스님이 안 의사와 인연을 맺은 지 20여년.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불교대회에 참석했다가 인근 '다이린지(大林寺)'라는 절을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사찰에 안 의사의 영정이 모셔진 것을 보고 물어보니 뤼순 감옥 시절 안 의사의 담당 간수였던 헌병 지바 도시치씨 가족이 안 의사를 추모하고 있음을 알게됐다. 지바 도시치와 안 의사는 간수와 죄수 사이였지만 사형을 언도받고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안 의사의 모습에 존경심을 갖게 됐고 그 가족은 안 의사의 넋을 꾸준히 기려왔다.

스님은 "도시치는 일본으로 돌아간 뒤 죽을 때까지 20여년 간 매일 향을 사르며 안 의사의 넋을 기렸고 이후엔 부인이 또 20여년 간 참배했고 그 뒤로 양녀(養女)가 그 뜻을 잇고 있다"며 "일본인도 안 의사를 모시는데 정작 우리에게서는 안 의사를 추모하는 열기를 느끼기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스님이 뤼순 감옥 자리를 찾은 것도 예닐곱 차례. 그곳에서 안 의사를 위한 추모제를 올리기도 했다.

스님은 안 의사의 생사관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묵으로 '天堂之福 永遠之樂(천당지복 영원지락·천당에서의 복이 영원한 즐거움이다)'을 꼽았다. 지상에서의 행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니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님은 "안 의사는 최선을 다해 뜻한 바를 이뤘고 동양평화를 주창한 사상가이자 독실한 천주교도답게 현세의 삶에 집착하지 않고 떳떳하게 생을 마감하셨다"며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될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일흔 고개를 앞둔 스님은 몸이 예전처럼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의지만은 꼿꼿했다. 안 의사의 몸은 사라지고 없지만 혼과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데 국민들이 그 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바치겠다고 했다.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 고국에 안장하고 일본에 있는 '독립(獨立)'이란 유묵도 다시 찾아와야죠. 그 때까지는 저도 눈을 감을 수 없어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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