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선출에 직선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파트 관리를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빈발하면서 투명한 관리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입주자 대표 선출에 직선제를 도입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도 상반기 내 주택법 개정을 통해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의 주민 투표 선출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조용할 날이 없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파트 관리비를 주무르고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등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공동주택 관리비는 5조2천900억원으로 추정된다. 회장 선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갈등이 일고 있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입주자 대표 직무집행정지, 업무방해 금지 등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가처분 신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A아파트는 2008년 초 주민 서명으로 회장 직선제를 요구했지만 회장이 이를 거부, 주민 일부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B아파트는 현 회장, 전 회장, 다수의 동 대표 등 세 그룹이 각각 3건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D아파트의 경우 2개의 입주자 대표회의가 제각각 정당한 자치기구임을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최근 대구지법에 접수시켰다.
김병진 변호사는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감시와 통제 장치가 작동해야 하는데 주민 대표 직선제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신명나는 아파트 위해 직접 나선 주민들
대구시 북구 유니버시아드 아파트 2단지(1천160가구). 대구·경북에서 처음으로 2009년 6월 아파트 주민 대표 직선제를 실시한 곳이다. 지난해 3월 다양하게 쏟아지는 의견을 수렴한 끝에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입주자 대표를 직접 뽑기로 한 것. 주민들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3명이 합동 연설회를 거쳐 장영숙(57·여)씨를 대표로 뽑았다.
주민 최경자(51·여)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 바라는 점이 있어도 임원들끼리만 모이니 말할 통로가 없었는데 작년 3월 아파트가 임대에서 분양으로 전환되면서 직선제를 도입했다"며 "이젠 주민들이 회의에 직접 참여해 발언할 기회도 가질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70%가 넘는 지지로 당선된 장영숙 회장은 "초반에는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젠 주민들의 신뢰가 높아져 큰 보람을 느낀다"며 "요즘은 주민들이 의견을 낸 어린이도서관, 원예교실을 운영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달성군 화원읍 명곡미래빌 5단지(762가구)는 북구 유니버시아드 2단지의 사례를 지켜본 뒤 지난해 9월 주민 직선으로 두 명의 후보자 중 박석준(66)씨를 대표로 선출했다. 주민 김춘화(59·여)씨는 "예전에는 친한 사람들끼리 입주자 대표회의 임원 자리를 번갈아 맡아 주민들은 관리비 등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도통 알 수 없었고 이로 인한 갈등이 컸다"며 "방치됐던 아파트 시설을 수리하는 데 현 대표가 팔을 걷고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박석준 회장은 "선거를 계기로 아파트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큰 수확"이라고 했다.
대구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 '입주자 투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는 조항이 공동주택 표준관리규약에 있지만 그동안 사문화됐다"며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전국의 아파트에 주민 직선제가 도입된다면 갈등해소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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