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인재경영'해야 기업이 산다

입력 2010-03-24 08:26:34

최근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이 실시한 지역기업 경영현황 조사에 의하면 지역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영애로 사항 가운데 하나가 우수 인재의 부족이었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서도 대구가 수도권 전입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특히 청년층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고급 인재들의 구직난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3년 연속으로 매출이나 고용자 수가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하는 '가젤기업'은 찾기 힘들다. 오랫동안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경제의 한 원인이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의 반증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즉, 저임금, 비정규고용, 신분차별, 부족한 교육훈련 기회 등 열악한 고용환경으로 고급 인재를 얻으려하는 것은 아닌가? 창의성을 강조하면서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거나 예산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경쟁기업의 제품이나 기술, 하드웨어를 넘어 구성원들의 열정까지도 모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손만 쓰는 육체근로자에 의존하는 전통경영이나 머리만 쓰는 지식근로자에 의존하는 지식경영으로는 지속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 바로 열정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 영혼을 가진 근로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열정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 근로자를 얻기 위해서는 인재중심 경영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대표적인 인재중심 경영학자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퍼리 페퍼 석좌교수다. 그는 여러 저서들을 통해 "사람이 최우선, 두 번째가 고객, 그리고 세 번째가 주주들"이라고 줄곧 주장해오고 있다. 그는 사람이 최우선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 다음 7가지의 원칙들이 기업에 깊이 뿌리내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보장, 직원의 신중한 선발, 분권화, 높은 수준의 보상, 광범위한 교육훈련, 신분차별 금지, 투명한 기업정보 관리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인재중심 경영의 경영자는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을 들 수 있다. 그는 인재제일주의 경영철학을 확고히 실천했으며, 사업가로서 자신이 이룩한 대부분의 일(80%)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일본의 대표적 강소기업인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사장의 인재중심 경영은 특이하다. 업계 부동의 1위인 미라이공업은 선착순 직원선발, 전직원 정규직, 70세 정년, 연간 140일 휴가+개인휴가, 동종업계 최고의 연봉, 잔업이나 휴일 근무 금지, 3년간 육아휴직, 5년마다 전직원 해외여행 실시 등의 인재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역시 오랫동안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유한킴벌리 역시 환경친화경영, 사회적 책임경영 및 가족친화경영의 모범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부담 종업원 1인당 연평균 교육시간이 300시간을 넘고, 1인당 제안건수가 10건이 넘는다.

4무(無) 경영(정년'성차별'비정규직'벌이 없는 경영)을 바탕으로 인재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는 지역기업도 있다. 이 회사는 독특한 인재중심 경영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0%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독일 경제학자에 의해 한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인 '히든 챔피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근로자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사용되는 일회성 도구가 아니라, 기업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존재임을 경영자는 깨달아야 한다. 첨단 신기술개발, 생산효율성 제고, 매출증대 모두 근로자에 달려 있다. 이제 경영자는 근로자들의 잠재능력을 어떻게 확대시킬 것인가를 항상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자기업무의 90%를 여기에 쏟아야 한다. 고민의 해답은 인재중심 경영을 경영전략의 중심축에 두는 것이다. 즉, 고용안정성과 고임금, 부단한 교육훈련, 투명경영, 신분차별 금지,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경영전략에 포함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영자들의 인식전환이다.

지역 기업의 경영자들은 '경제학자의 양심'으로 불리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의 '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에 귀기울일 시점이다. "진정한 경제발전은 국민 총생산(GNP)의 성장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행복, 존엄성의 확대까지도 의미합니다." 직원을 섬겨야 인재가 몰려오고, 인재가 몰려와야 기업이 산다. 기업이 살아야 지역경제도 발전한다.

신진교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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