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나눔에 활용하는 이른바 '재능기부'(프로보노)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자원봉사나 기부라고 하면 몸으로 때우는 노력봉사나 금전적인 지원을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나눔시장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자신만의 기술이나 능력을 이용해 남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다. 나눔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재능기부에 대해 알아봤다.
◆재능기부가 뭐야
재능기부는 서구사회에 뿌리내린 '프로보노'(pro bono) 관습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프로보노의 원래 의미는 변호인을 선임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을 가진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에서 따온 말이다.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계속돼온 프로보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법률상담이나 무료변론 등 법률구조 활동을 펼치는 변호사들, 오지와 낙도 같은 의료 사각지대에서 봉사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경우가 바로 프로보노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능기부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유명인이나 연예인,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에서부터 평범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커졌다. 굳이 전문 기술이 아니더라도 취미나 동아리 활동 등을 활용해 누구나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 덕분에 고급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예를 들어 영어를 잘하는 주부나 그림을 잘 그리는 아버지, 공부를 잘하는 대학생,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중·고등학생 등 모두가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능기부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그만큼 튼튼한 것.
굿네이버스 대구지부 김성민 팀장은 "흔히 경제적 여유가 좀 있어야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전문기술이 없어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활용해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이 많다"며 "주부가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것도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이뤄지나
재능기부라는 단어는 최근 들어 많이 알려졌다. 시민단체나 대기업 등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친 덕분이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재능을 나눕시다' 캠페인에는 2개월여 만에 전국에서 3천700여명이 신청했다.
대구에서도 재능기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재능기부를 하는 전문봉사 단체가 2008년 말 176개에서 지난해 말 384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인원도 2008년 말 6천643명에서 지난해 말 1만2천712명으로 늘었다. 전체 자원봉사자 가운데 전문 봉사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말에는 3.3%(20만449명 중 6천643명)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4.5%(27만1천505명 중 1만2천712명)로 증가했다. 분야도 집수리, 도배, 간병, 이·미용, 무료 진료 등 다양하다. 이들은 대구광역시 자원봉사종합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적재적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문 봉사자들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재능기부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서구자원봉사센터 박미화 사회복지사는 "자원봉사 활동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전문기술을 활용해 봉사를 하려는 경향이 강한데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으로 카페활동을 하다 자원봉사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적잖다"며 "기술이 있는데 봉사하고 싶다고 의뢰하는 전화가 과거에 비해 한층 많아졌다"고 말했다.
◆양성교육도 한다
요즘은 자원봉사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 희망자들에게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양성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봉사자도 바야흐로 양성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봉사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봉사의 길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양성프로그램은 각 구청의 자원봉사센터마다 다소 다르지만 대체로 종이접기나 동화구연, 웃음교육, 발마사지, 풍선만들기 등의 교육이 3일에서 길게는 6주 정도 과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자원봉사센터 이은자 팀장은 "자격증 과정같이 심화된 교육은 아니지만 봉사자들이 어느 정도 써먹을 수 있고 향후 훈련을 통해 그 분야에 능숙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굿네이버스 대구지부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굿프렌즈'와 '굿퍼펫' 봉사단을 모집해 일정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학습지도나 특기교육 등을 해주는 굿프렌즈는 매학기 100명을 선발, 세미나와 사전 교육을 통해 참여 학생 각각을 한명의 '가정교사'로 양성하고 있다. 성교육과 관련해 어린이들에게 인형극을 시연하는 굿퍼펫 또한 3주가량의 성교육·권리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활동 기회를 주고 있다. 장경민 팀장은 "대학생 자원봉사를 좀 더 전문화·체계화하기 위해 서류 심사와 면접, 교육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도움을 받는 기관과 대상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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