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사업 현장을 가다] <상> 상주·낙단·구미보

입력 2010-03-18 10:11:52

가뭄 홍수 걱정없는 江으로…대구경북 재도약 용틀임

대구경북에 생명의 젖줄이자 어머니와 같은 낙동강이 꿈틀대고 있다. 5조4천억원이 투입되는 낙동강 사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낙동강이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힘찬 도약대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에는 물새와 강태공 대신 굴삭기와 크레인 등 중장비들이 내는 '쿵쾅쿵쾅' 굉음 소리로 활력이 흘러 넘친다. 맑은 물과 생태 환경, 가뭄과 홍수 걱정이 없는 낙동강을 향한 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사이에 각각 공사에 들어간 낙동강 상류 상주보부터 하류인 합천보까지 7개 건설 현장을 매일신문 기자들이 일일이 취재한 결과를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상주보(33공구)

상주 시내에서 약 10㎞ 떨어진 상주 IC 인근 상주보 건설현장(중동면 오상리와 상주시 도남동). 현대산업개발㈜와 8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시공하고 있다. 강창교 건너 왼편에 있는 현장사무실에 들어서니 마침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최동주 사장이 현장 확인을 위해 나왔다. 정 회장 일행을 뒤따랐다. 현장사무실을 왼편으로 돌아 낙동강변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모래 제방이 공사차량 통행로로 변해 있었다. 거센 바람에 통행로 양편 형형색색의 깃발이 휘날렸다.

낙동강변 곳곳에는 흙 파기가 한창이었고, 파낸 흙을 실은 덤프트럭은 제방 건너편 농지로 향했다. 지난해까지 농사를 짓던 강변 하천부지들은 차곡차곡 깎여나가고 있었다. 넓은 농지에는 트럭이 쏟아놓은 흙더미로 마치 거대한 고분군을 방불케 했다.

끊임없이 오가는 트럭 사이로 강변 둑을 따라가자 상주보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상주보 건설현장 아래쪽은 낙동강 지류인 병성천이 합류하면서 강폭이 넓다. 합류지점 바로 위에는 철새들의 낙원인 하중도 공사를 하면서 하중도를 5m 정도 성토한다고 한다. 강성호 현장소장은 "성토를 하더라도 홍수기 때는 물에 잠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는 물막이 공사로 철제빔이 빽빽이 둘러서 있고, 안쪽에서는 보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수백대의 공사장비를 동원해 강 바닥 평탄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강폭이 넓은 탓에 소리가 흩어져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준설토를 실어나르는 덤프트럭 수백대가 들락거려 마치 수많은 개미떼가 줄지어 행진하는 것 같았다.

3월 현재 공정은 5.5%가량인데 올해 말까지 공정 목표는 60%이다. 하지만 강 소장은 "7월 홍수기 전까지 기초공사를 끝내고 가물막이를 해체해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에 공정률을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야간작업은 물론 24시간 공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낙단보(32공구)

상주 낙동면과 의성 단밀면에 걸쳐 건설하는 낙단보. 국도 25호선의 낙단대교와 상주~의성 단밀을 잇는 낙단교의 위쪽이다.

이종열 공무부장으로부터 공사현황 설명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 낙단대교 주변 강에는 준설작업이 한창이었다. 강에서 퍼낸 모래를 나르는 덤프트럭도 분주하게 오갔다. 벌써 강 건너 의성 단밀쪽 낙동(낙정)지구에는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보 건설을 위한 가물막이로 둘러싸인 면적이 5만㎡에 육박했다. 쿵쾅, 쿵쾅, 우르르…. 공사현장 주변은 안전 벽이 둘러쳐져 있지만 대형 공사장비의 굉음이 요란하다. 이곳은 이미 터파기와 기초다지기가 끝났고, 수문 바닥 터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27일 착공해 불과 4개월여 지났지만 공정률은 벌써 8.7%에 달했다. 공기단축을 위한 24시간 철야작업을 위해 조명시설까지 완비하고 있다. 이 부장은 "홍수기 전까지 가물막이를 해체해야 하기 때문에 철야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32공구는 낙단보 상류지점부터 구미 옥성·도개면까지 8㎞ 남짓. 1천845억원이 투입되는 낙단보 공사는 내년 12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

◆구미보(30공구)

구미 해평면 사무소에서 25번 국도를 따라 선산방향 가다가 만나는 신라 최초의 사찰, 도리사 건너편에 구미보 건설현장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사무실에는 20여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구미보 건설현장. 크레인·덤프트럭·굴삭기 등 장비 20여대가 물막이 작업과 수문 기초공사에 분주했다. 준설토를 실어나르는 덤프트럭 주변으로 흙먼지가 가득했다. 가물막이 공사는 길이 18m의 철제빔을 하천 바닥에 6~8m 깊이(40㎝ 간격)로 박은 뒤 빔 사이로 크레인을 이용해 합판을 연결, 강 3면을 막는 작업이다. 물이 빠져나간 강 바닥은 축구장 4, 5개의 면적이었다. 이곳 준설토 20만㎥를 걷어낸 뒤 보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 착공해 5개월째 공사를 벌이고 있지만, 공정률은 5%를 겨우 넘어서 다른 공구에 비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은 편. 준설토 대부분을 농경지 리모델링사업에 투입해야 하는데, 보상문제로 이도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어촌공사 구미지사 지역개발팀 이동환 차장은 "다음달 실시설계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일부 특작농민들이 지장물 및 실농보상금에 이의를 제기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결 과제는

낙동강 준설과 보 건설로 맑은 물과 생태 환경의 업그레이드가 기대되지만 한편으로 생태 환경 보전, 홍수, 준설토 처리 등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다.

상주시민들은 상주보 인근 철새 도래지인 하중도의 보존에 관심이 높다. 시는 하중도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방침이지만 강 준설과 보 건설, 성토 등을 통해 생태 환경을 잘 살릴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율스님과 지역 생태모임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은 낙동강사업을 통한 환경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준설토 처리와 농경지 리모델링, 보상 등도 해결 과제이다. 최이호 구미 해평면이장협의회장은 "농경지 보상금 협의는 무리 없이 끝났지만 수박 등 특작농가들이 일반농가와 같은 보상기준을 적용하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며 "저지대 농경지 성토에서 제외된 농경지 주민들도 사업 이후 저지대로 바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경지 리모델링사업 지연으로 강 준설토가 낙동강변 곳곳에 방치될 우려도 제기된다. 낙동강 사업 구미구간의 경우 준설토 8천838만㎥, 기존 농경지에서 걷어낸 흙 230만㎥ 등 모두 1억여㎥의 흙과 모래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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