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에겐 항상 乙(을)"…하춘수 대구은행장

입력 2010-03-18 09:40:34

25일 취임 1주년

하춘수 대구은행장이 25일 취임 1년을 맞는다. 하 행장은 올해 지역 사회 공헌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하춘수 대구은행장이 25일 취임 1년을 맞는다. 하 행장은 올해 지역 사회 공헌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이달 2일 사내 방송을 통해 "이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점포 방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후 11개월 만에 223개 영업점을 모두 방문했고, 3천200여명에 이르는 모든 직원들과 만났다는 자부심에서 나온 선언이었다. 하 행장 특유의 현장 중심 밀착 경영이 빛을 본 셈이다. "대구은행 모든 직원들이 저를 좋아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70%만 만족해도 성공이라고 봅니다."

하 행장이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를 두고 대구은행 한 간부급 직원은 "하 행장에게는 뇌가 하나 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세심하게 업무를 챙긴다는 의미다. 하 행장의 일과는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해 오후 10시에야 마무리된다. 흔한 수행비서도 없이 영업 현장을 누비며 챙기는 행사도 많고, 거래처 방문을 빼놓는 일도 없다. 그가 지난 1년 간 타고 다닌 자동차 주행거리만 3만8천㎞가 넘는다. "대구은행장은 지역민들 앞에서 늘 '을'의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민들의 구렁이알 같은 종자돈으로 운영되는데 당연히 고개를 숙이고 찾아다녀야죠."

발로 뛰는 영업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 파도 속에서도 비교적 순항했다는 평을 듣는다. 취임 당시 7천740원이었던 대구은행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으로 1만4천750원으로 두배나 뛰어올랐다. 은행권에서는 최고의 성적이다. 순이익은 1천705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세계적 금융위기와 지역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그가 취임 당시 약속했던 내실경영과 기업 문화 개선은 본궤도에 올랐다. 임원수를 줄이는 등 조직의 효율화와 슬림화를 추진했고, 총영업이익 1조원, ROA 1%, 건전성 1위라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기 재무비전도 세웠다. 또 내부전산망에 익명 게시판인 '미스터 4U'를 개설하고 직원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변을 해주는 등 '어깨동무 리더십'을 실천했다. 출산하는 직원들에게 배냇저고리를 선물하거나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직원들을 위해 골든벨을 울리고 밥값을 내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주말에는 직접 운전을 하고, 기업체를 방문할 때는 점퍼를 입고 떡을 돌린다. 권위의식을 버린 '눈높이 영업'인 셈이다. "내실있는 은행과 기업문화 개선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은데 어학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은 30%밖에 지키지 못한 것 같아요. 내년에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행사가 많은데 그 전까지는 꼭 해내야죠."

무엇보다 하 행장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지역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대구은행은 임직원의 95%가 참여하는 28개 봉사단을 꾸렸다. 또 사회적 취약계층의 금융지원을 위해 미소금융에 4년간 65억원을 출연했고, 신용보증기관에도 110억원을 내놨다. 자영업자를 위해 7천725억원을 대출해줬고, 246개 업체에 유동성 지원을 위한 패스트트랙 4천662억원을 지원했다. "대구은행은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야합니다. 지역민들이 '우대은행'(우리 대구은행)으로 부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데 당연히 보답을 해야죠. 지역 기업이 살아나면 다시 은행으로 유동성이 유입되고 대출로 경영을 돕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올해는 지역 건설업체가 어려움을 겪는데다 현대백화점과 이랜드 등 대기업의 지역 진출이 본격화된 상황이어서 대구은행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 "이번 동아백화점 매각이 역외로 자금이 유출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지법인화를 통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500억원을 정기예금으로 대구은행에 유치했고, 전속 거래를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이랜드의 현지법인화와 지역 연고기업 차원의 신규거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하 행장은 지역 기업들의 시설 투자가 더딘 점을 우려했다. 시설투자와 고용이 없으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했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고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꼴찌 수준이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경제자유구역의 외자유치,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지역 경제의 회생 기반이 마련된 만큼 민·관이 합심한다면 충분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는 올해 지역 공헌과 일자리 창출에 매달릴 생각이다. 지난해처럼 당기순이익의 8.7%를 지역 공헌사업을 통해 환원하고 자전거 2천11대를 고객들에게 나눠준다는 것. 또 사이버 환경은행을 개설해 기후변화협약 등 환경과 관련 문제들을 이슈화하고 예·적금 등 은행업무를 할 생각이다. 인턴사원 400명을 모집하고 55세 이상 퇴직직원들을 위해 금융경제교육사업단과 자정감사전담제를 운영하는 등 일자리 창출 계획도 세웠다. "지역민들의 따뜻한 사랑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뛰겠습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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