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건으로 주목받는 '프로파일러 세계'

입력 2010-03-17 10:18:53

범인 마음 열어, 입 열게 한다

16일 오후 대구경찰청 소속 범죄심리분석관인 추창우 경장(왼쪽)과 박희정 경장이 자백 유도 모의연습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6일 오후 대구경찰청 소속 범죄심리분석관인 추창우 경장(왼쪽)과 박희정 경장이 자백 유도 모의연습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범죄심리·행동 분석요원인 '프로파일러'(Profiler)가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자백을 이끌어 내면서 프로파일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던 김길태의 마음을 돌려 자백을 받아 내는 데는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컸다.

프로파일러는 범행현장에 남겨진 여러 흔적을 모아 범인의 성격, 콤플렉스, 취향, 연령대, 성별 등을 도출해내는 과학수사요원을 말한다. 최초의 공식 프로파일러는 미국 FBI 요원이었던 존 더글러스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스콧 글렌이 연기한 베테랑 FBI 요원의 모델이 바로 그다. FBI는 범죄 동기를 알 수 없는 연쇄 살인사건이 잇따라 일어나자 1972년 범죄심리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파일러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프로파일러들은 전국에 39명이 있고 대구에는 2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대구경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추창우(39) 경장과 박희정(29·여) 경장이 그 주인공. 이들은 심리학을 전공한 석사 출신으로 형사들이 용의자를 잡아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범죄를 시인하지 않을 경우 자백유도 단계에 투입되거나 범죄유형분석 브리핑에서 활약한다. 범죄의 유형을 분석해 용의자를 압축, 강력계 형사들에게 기본 자료를 제공한다.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자백유도 단계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모든 취조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피의자의 행동 패턴을 가능한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72시간 내에 자백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백 유도를 위해 프로파일러들은 객관적 물증제시와 인간적인 회유를 병행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달서구 일대를 혼란에 빠트렸던 차량 연쇄방화범 경우 객관적 물증을 바탕으로 자백을 얻어냈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여러 차례 구경꾼으로 소방직원의 비디오 촬영에 찍힌 S(당시 42세)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고, 풀려나기 1시간을 남겨둔 시점에서 추 경장과 박 경장을 투입했다.

추 경장은 "음주 후 범행을 했고, 불이 난 곳에서 구경꾼으로 가장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더니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학력이 낮았던 S씨는 권위에 약했고, 객관적 증거에 당혹스러워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인간적 회유는 범인과의 '유대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대 절도범을 조사하던 박 경장은 자백을 받은 뒤 그에게서 '즉석 세레나데'를 들었다. 박 경장은 "자신의 치부를 유일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30대 강도도 교도소 수감 뒤 면회를 와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경장은 "모든 범죄자들은 자백을 하기 전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며 '한번도 이런 인간적인 얘기를 누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파일러들은 경찰제복이 아닌 검정색이나 흰색 사복을 입는다. 경찰 유니폼보다 정장 스타일의 옷이 피의자들에게 더 편안함과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들도 실패할 때가 있다. 이때는 객관적 물증으로 피의자를 압박해야 해 증거 확보가 관건이다. 인간적 회유도 증거가 바탕이 될 때 가장 잘 먹히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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