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기상이변 등 지구 환경 위기를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해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만든 슬라이드다. 앨 고어는 이 '불편한 진실'을 갖고 세계 각국을 돌며 1천 번이 넘게 강연했다. 빙하가 녹고 있는 킬리만자로, 몬타나 주 빙하국립공원, 콜롬비아, 히말라야, 이태리령 알프스 등지를 슬라이드에 담았다. 앨 고어는 슬라이드 쇼에서 지금의 속도라면 상하이, 인도, 뉴욕 등 대도시의 40%가 물에 잠기고 네덜란드는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빙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40%가 심각한 식수난을 겪을 것이라고도 했다.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은 우리나라의 물에도 있다. 우리나라 '먹는 물 관리법'은 '먹는샘물'의 경도(硬度)를 50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물 1ℓ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양이 500㎎ 이하여야 천연암반수 등 '샘물'을 생수로 제조해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먹는샘물의 경도 상한선은 세계보건기구는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어느 나라 먹는샘물 기준에도 없다.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이유는 2가지. 강물과 호숫물을 오염시키고 이를 다시 정수 처리해 수돗물로 공급하는 우리나라는 칼슘 마그네슘을 미네랄로 보는 게 아니라 오염 물질로 본다. 생활용수와 공장폐수에도 인체에 나쁜 중금속과 함께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도 녹아 있기 마련이라 오염 물질로 볼 수밖에 없었을 게다.
상한선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값비싼 외국 생수가 마구 수입될 경우 우리나라 생수 시장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정부가 생수업체 육성'보호 차원에서 상한선을 그은 것이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환경부 관계자는 "시장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고백(告白)했다.
경도 500의 상한선은 5, 6년 전만 해도 300이었다가 그나마 200을 높였다. 해양심층수를 생수로 제조한 먹는해양심층수 경도 상한선을 1,200으로 규정하고 보니 먹는샘물 경도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 싶었는지 모른다.
경도 300이 상한이었을 때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프랑스산 광천수인 에비앙이 수입될 수 없었다. 300을 약간 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경도 500 이상의 고급 생수는 수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네랄 함량이 9,000을 넘는 프랑스산 이드록시다즈 등 특수 생수가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것은 생수가 아니라 탄산음료로 편법(?) 수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매일신문과 TBC대구방송,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동네우물 되살리기' 팀이 기본'실시설계 용역에서 찾은 경도 600을 넘는 고급 지하수는 생수로 제조해 판매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경도 상한선을 고집해 우수한 대구 천연암반수를 생수로 제조하는 길을 막고 있다면 문제다.
먹는 물 관리법의 경도 상한선은 시급히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생수가 제조돼 국민들이 좋은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고, 세계 생수 시장에 도전장도 낼 수 있다. 명품 달구벌생수의 등장도 가능하다.
다행히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병)이 먹는 물 관리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에비앙보다 우수한 천연암반수를 갖고 있는 대구 시민으로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동네우물 되살리기가 시작될 수 있도록 환경부 예산 30억 원을 확보하는 역할도 조 의원이 했다. 그는 낙동강에코워터폴리스 구상을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고 제2, 제3의 동네우물 되살리기 프로젝트도 그리고 있다 한다. 격려해도 무방할 듯하다.
22일은 물의 날이다. 이날 대구시는 '물의 도시 대구'를 선언하고, 올해를 그 원년으로 삼을 움직임이다. 에비앙보다 우수한 천연암반수를 무진장 갖고 있고, 그 가치를 아는 대구라면 '물의 도시' 자격이 충분하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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