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주지 선거 내달 예정…원로모임 법광 스님 단일후보 추대

입력 2010-03-15 07:22:43

교구 안정'승단 화합 주목

조계종 제9교구 대표 원로 및 중진들이 이달 10일 대구시내 수도산 서봉사에서 모임을 갖고, 승단 화합을 위해 4월의 동화사 주지 선거에 선거없이 단일후보를 추대했다.
조계종 제9교구 대표 원로 및 중진들이 이달 10일 대구시내 수도산 서봉사에서 모임을 갖고, 승단 화합을 위해 4월의 동화사 주지 선거에 선거없이 단일후보를 추대했다.

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 주지 선거가 내달로 예정돼 있다. 동화사 주지 선거는 지역 불교계 최대 화두다. 9교구는 대구시와 고령, 청도, 칠곡, 성주 등 4개군 180만 불자들이 소속, 지역 불교계에서 불자 수가 가장 많은 교구여서 교구장인 동화사 주지 선거에 지역 불교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주지 추대'가 뜨거운 논제로 부상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추대 배경은?=1994년 조계종은 산고 끝에 개혁 종단을 출범시켰다. 총무원장, 교구 본사 주지 선출 등에 선거제도가 본격 도입됐다. 동화사의 경우 개혁 종단 출범 후 지금까지 3차례의 주지 선거가 있었지만 후유증이 적잖았다. 문중 간 반목에다 금권선거 시비도 불거졌었다. 2006년 3번째 주지 선거 때는 일부 스님들이 주지 선거 후보자 추대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미풍에 그쳤다.

지역 불교계 선광 스님은 "지난 3번의 동화사 주지 선거는 승려 간의 법계가 무너지고, 수행자의 본분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처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전 동화사 주지 지성 큰스님은 "사회의 선거 문화를 모방해 승가에 도입한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 아래 스님이 된 젊은 스님들에게 나이 오'육십 된 스님들이 한표 찍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화사 주지 선거가 다시 다가온 것. 지난해부터 '교구 안정과 승단 화합을 위해 선거 없이 주지를 추대하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동화사 전 주지인 무공 큰스님이 파계사 조실인 도원 큰스님을 방문, 선거 없는 동화사 주지 추대방식을 제안했다.

이후 10월 9교구의 양대 문중인 연담과 고송문도가 법현과 중현 스님을 각 문도의 대표 간사로 한 간사단을 구성한 뒤 대구시내 수도산 서봉사에서 지역 원로 1차 모임을 열었다. 모임에서 원로들은 선거 없는 주지 추대방식에 뜻을 모았다. 12월 연담과 고송, 주요 비구니계까지 참여하는 확대 간사단이 꾸려졌고, 지난 2월 연담은 고송의 법광, 고송은 연담의 법현 스님을 1차 후보로 교차 추천했다.

이어 이달 2일 칠곡 송림사에서 연담문도 문중회의를 열어 파계사 주지인 법광 스님을 단일 후보로 최종 확정한 것. 이에 따라 지역 불교계 대표 원로 및 중진들은 서봉사에서 2차 모임을 갖고, 법광 스님을 차기 동화사 주지 단일후보로 공식 추대했다.

◆교구 안정과 승단 화합 이룰까?=주지 추대 움직임의 핵심은 교구 안정과 승단 화합. 원로스님들이 매우 적극적이다. 이달 2일 서봉사 모임에서 원로들이 주지 선거 공고 이전에 단일 후보 추대를 공식 발표했다는 데서 그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지역 불교계 한 인사는 "원로들이 후보 단일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상좌들인 중진스님들이 어른들의 뜻을 거역하기가 어려운 만큼 원로들의 결정이 향후 선거 유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9교구의 양대 문중인 연담과 고송, 여기에 비구니계까지 주지 추대에 참여해 이들 문도가 전체 주지 선거인단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후보 단일화에 상당한 힘을 싣고 있다. 나오면 '들러리'라는 얘기도 이 때문이다.

재선 의사를 밝혔던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의 경우 현재 장고(長考)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동화사 측도 허운 스님의 향후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허운 스님 측은 "원로들이 교구장인 허운 스님을 모임에 배석시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허운 스님이 조만간 출마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원로들의 결정에 젊은 승려들이 따라줄지 의문스럽다', '문중을 초월한 주지가 나와야 한다'는 불교계 시각도 있다. 차기 동화사 주지 선거 여부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불교계 여론 동향, 허운 등 출마가 거론되는 스님들의 거취 등을 거쳐 이달 말쯤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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