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가 노인복지시설 개설 반대

입력 2010-03-13 08:00:00

"무료진료는 병원 영업에 지장"…문경노인센터 완공 두달 지나도 문 못

노인복지시설인 문경 영강문화센터 내 노인 건강증진실이 문경시 의사회 등의 집단 반대로 완공 두 달이 지나도록 문조차 열지 못해 시설을 놀리고 있다.
노인복지시설인 문경 영강문화센터 내 노인 건강증진실이 문경시 의사회 등의 집단 반대로 완공 두 달이 지나도록 문조차 열지 못해 시설을 놀리고 있다.

"고소득자인 의사들이 지역 사회에 봉사하기는커녕 돈벌이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실망스럽습니다."

문경지역 의사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주민들을 위해 문경시가 설립한 건강 증진 시설이 완공 2개월이 지나도록 의료시장 위축을 우려한 지역 의사들의 집단 반대로 문조차 못 열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시는 지난 1월 중순 점촌동 옛 문경경찰서 부지에 98억원을 들여 노인복지시설인 영강문화센터를 준공하고 노인복지회관 및 대한노인회 문경시지회, 문화원 등을 입주시켰다. 이 센터는 노인복지시설로 노인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생활을 위한 건강증진서비스가 주된 역할이다. 이를 위해 문경시는 5천여만원을 들여 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전용 물리치료실과 양·한방 무료상담실 등 건강 증진 시설을 갖췄다. 각종 의료장비 구입과 공중보건의 파견은 물론 물리치료사 등을 두 달 전에 고용한 상태다. 센터는 건강상담과 기초검사 등을 통해 이상이 있는 환자를 발견하면 투약이 필요할 경우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지역 의료기관으로 보낼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문경시의사회, 한의사회 등은 의료법상 건강상담도 분명히 의료행위라며 문경시에 항의 공문을 보내는 등 영강문화센터 개원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의사회는 영강문화센터를 노인복지시설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무료진료라는 환자들의 인식 때문에 다른 병원의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경시의 센터 개원은 선심행정에 불과하다며 자치단체가 관련된 모든 의료행위는 반드시 보건소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경시청 한 관계자는 "노인건강증진서비스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건강 검진과 약간의 물리치료를 받는 정도의 수준이고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오히려 환자를 지역 병원으로 유도하는 만큼 의사회 등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74)씨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들어선다면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건강상담 봉사를 하지는 못할망정 문을 여는 것조차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주민들의 눈에는 집단이기주의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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