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門에서 華岳까지](11)운문분맥 가는 길

입력 2010-03-12 07:14:45

운문령서 마루금 따라 오르락내리락…가지산 정상에 서다

정상 봉우리서 운문령 쪽으로 바라 본 가지산 주능선. 먼저 솟은 암봉은 쌀바위봉, 그 다음은 나무데크 전망대가 있는 재, 그 다음 솟은 건 귀바위봉이다. 귀바위봉서 북으로 내려서는 지룡능선도 드러나 보인다.
정상 봉우리서 운문령 쪽으로 바라 본 가지산 주능선. 먼저 솟은 암봉은 쌀바위봉, 그 다음은 나무데크 전망대가 있는 재, 그 다음 솟은 건 귀바위봉이다. 귀바위봉서 북으로 내려서는 지룡능선도 드러나 보인다.

문복능선 분기점인 학대산(895m)을 지난 뒤 낙동정맥은 '운문재'(雲門嶺)로 낮아진다. 경북 청도군과 울산 울주군을 잇는 고개다. 해발 630여m. 북서로 흘러 운문호에 들어가는 '신원천'의 상징적 시발점이자, 가지산(1,241m) 덩어리의 출발선이다.

가지산의 운문분맥 상 종점은 운문산과의 경계인 '아랫재'다. 운문령~아랫재 사이 가지산 전체 밑바닥 거리는 8.5㎞ 정도고, 운문령~정상봉이 4.8㎞, 정상봉~아랫재가 3.7㎞쯤 된다. 이 구간 산줄기는 큰 변덕 없이 꾸준히 오르거나 꾸준히 내려선다.

운문령서 그렇게 오르기 시작한 산줄기는 10분 만에 첫 봉우리인 760m봉을 맺는다. 남쪽 석남사 골짜기의 동편 울타리 격 산줄기가 갈라져 내리는 분기봉이다. 절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나 가지산온천 등산길이 이 봉우리를 지나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꼭짓점에 헬기장이 있고 그 옆 경사면에 산불초소가 있다.

그런데도 운문령서 오르는 등산객은 이 봉우리를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등산로로 이용하는 임도가 그 봉우리를 우회한 뒤 10여m 지난 잘록이 지점에 가 닿는 탓이다. 뿐만 아니라 그 잘록이와 760m봉의 높이 차가 매우 미미해 따로 봉우리가 있는 줄 알기 힘들게 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운문령서 오르다가 10여분 만에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나게 되거든, 그게 760m봉 직후의 잘록이인 줄 알면 좋다. 거기서야 처음으로 석남사 골짜기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산 정상과 낙동정맥 흐름이 솟구쳐 보이는 것은 이 지형적 위상 덕분이다.

그 지점서 등산객들은 대개 둘러가는 임도를 버리고 마루금 길로 바로 치솟는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임도를 만나서는 결국 산길을 포기하고 그길로 임도를 따라가기 예사다. 그러나 그래서는 가지산을 제대로 걷는다고 할 수 없다. 이 지점서도 한번 더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올라서야 한다. 그게 낙동정맥 흐름이다. 거기로 걸어야 중요한 지형들을 빼먹지 않고 살필 수 있다.

이렇게 오르면 얼마 안 가 1,058m봉에 닿는다. '운문산휴양림'이 들어있는 북사면(北斜面) 골짜기의 외곽을 구획하는 산줄기가 갈라져 내리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1,058m봉을 주목하는 더 큰 이유는 딴 데 있다. 거기가 가지산 최고고도 주능선의 시점(始點)이라는 게 그것이다. 그 뒤로는 크게 오르는 구간도 없고 낙차 크게 폭락하는 경우도 없다. 그저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할 뿐이다.

그런데도 1,058m봉을 오르는 데는 760m봉 잘록이에서 불과 25분, 운문령서 쳐도 3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그러고도 벌써 가지산 최고 능선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많은 등산객을 운문령으로 몰리게 하는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1,058m봉 정상은 유감스럽게도 산길 바깥에 있다. 등산로가 그 옆구리를 스쳐 가 버린다. 그러고는 10분 뒤 '귀바위'에 이른다. 가지산 명소 중 하나이자, 석남사 계곡의 정북(正北) 지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기서 절은 안 보인다. 계곡 속에 또 자그마한 산줄기가 하나 흘러 둘 사이를 가르기 때문이다.

가지산에는 독특하게 '귀바위'라 불리는 지형들이 있다. 귀를 닮은 암괴라는 뜻이다. 그런 게 여럿이다보니 지역명을 붙여 '청도귀바위'니 뭐니 해 구분하기까지 한다. 지금 것은 '울산귀바위'라는 거다. 하지만 이것에서는 귀바위란 느낌이 제대로 안 난다. 흙에 덮인 단애일 뿐 별개 봉우리로 솟지 못한 결과다.

그 대신 봉우리로 솟은 건 7분쯤 더 가야 도달하는 그 위의 1,114m봉이다. 그 정점(頂点)에는 12년 전 세웠다는 '상운산'(上雲山)이라는 비목(碑木)이 서 있다. 하나 그 이름은 시비거리다. 고증된 유래 설명이 제시되지 못한 탓이다. 북편 신원리 마을에서도 그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그걸 '상운산'이라고 마치 별개 산인 양 지칭하는 것도 거부감을 준다. 물론 옛날에는 봉우리 하나만을 두고도 '산'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깊은 재에 의해 인접 산과 뚜렷이 갈라진 덩어리라야 별도의 산이라 한다. 봉우리 여럿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범위의 산덩이가 산인 것이다. 반면 1,114m봉은 틀림없이 가지산의 한 봉우리이자 그 일부일 뿐이다.

그런 중에 그 일대 산덩이를 '귀산'이라 불러왔다는 증언도 공존했다. '귀를 닮은 산'이란 뜻이다. 그 북릉에 두 귀 같은 암봉(岩峰)이 솟아있어 그런 듯하다. 등산객들이 흔히 '쌍두봉'이라 부르는 929m봉-862m봉이 그것이다.

이런 여러 상황을 종합해 이 시리즈는 1,114m봉을 '귀바위봉'이라 지칭키로 했다. '상운산'이란 이름은 마냥 따르기 께름칙한 반면 '귀바위'는 오래 전부터 널리 통용돼 온 명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산'으로 불렀다는 증언까지 나왔으니 이 정도 명칭이면 대개 수긍하리라 싶다.

귀바위봉서는 북으로 중요한 산줄기가 하나 내려간다. 운문사 입구 마을까지 내달려 그 동편 삼계계곡과 서편 운문사계곡을 갈라붙이는 가칭 '지룡능선'이 그것이다. 이것과 조금 전 본 1,058m봉 지릉 사이 계곡에 휴양림 시설들이 들어 있다. 1,114m봉은 그 골의 정점이고 거기서는 휴양림 시설이 한눈에 꿰인다.

귀바위봉 산덩이가 끝나는 곳은 임도 변에 나무 데크로 꾸며진 전망대가 있는 잘록이(재)다. 1,058m봉-귀바위봉 산덩이를 피해 그 남쪽 허리로 상승해 온 임도가 주능선에 올라서는 지점이다. 귀바위-쌀바위와 각 1㎞씩 떨어진 중간 지점이라는 거기서는 멀리 울산시가지가 훤히 바라다 보인다.

그 이후 임도는 산줄기의 북쪽으로 돌아간다. 다음에 솟는 봉우리를 피해 가는 것이다. 그 임도 대신 산줄기를 타면 10분 이내에 1,074m봉 꼭지점에 이른다. 거기서는 남쪽 석남사 골짜기를 다시 둘로 세분하는 지릉이 출발한다.

1,074m봉서 내려서면 '쌀바위' 앞이다. 가지산 임도의 종점이고 석남사계곡 두 골 중 절골의 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석남사와 쌀바위는 서로 간에 제대로 바라다 보이지는 않는다. 쌀바위가 절골의 전면(前面)에 솟지 않고 동편으로 구석지게 자리한 결과다.

그 쌀바위 봉우리는 유명하긴 하되 높이(1,107m)는 귀바위봉보다 낮다. 산줄기는 그걸 지나서야 높아진다. 1,118m봉에 이르고서야 귀바위봉 고도를 추월한다. 그래서 산길도 쌀바위 이후 15분여 간 가파르게 솟는다. 처음으로 나무계단과 밧줄이 나타난다. 하나 막상 올라서면 거긴 평평한 운동장 같다. 어리둥절해지기 일쑤다. 거기 헬기장이 들어선 연유도 그것일 터이다.

그 봉우리서 북사면으로 의미 있는 산줄기가 하나 출발한다. 귀바위봉~최고봉 사이 주능선 북편에 펼쳐지는 '학소대골'(속칭 학심이골)을 다시 둘로 나누는 지릉이다. 그렇게 나뉜 골짜기를 등산객들은 가끔 '좌골' '우골'이라 구분해 부른다.

1,118m봉에서 25분 정도 더 가면 해발 1,241m 가지산 정점이다. 거기서도 특출한 산줄기 하나가 북으로 내려선다. 흔히 '가지북릉'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 서편은 '아랫재골'(속칭 심심이골), 동편은 학소대골(학심이골)이다. 북릉이 출발 후 얼마 안 가 되돌아서듯 쏘아 올리는 1,125m봉도 장관이다. 이 암봉 또한 '귀바위'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청도 귀바위'라는 얘기다. 반대편의 '중봉'(1,167m)과 대척된다.

낙동정맥 본맥은 북릉과 반대쪽으로 뻗는다. 그 초기 구간에 솟은 게 '중봉'이다. 그 뒤 석남재~능동산(983m)~배내고개~배내봉(985m)~간월산(1,069m)~간월재~신불산(1,159m)~영축산(1,081m)으로 이어 간다. 또 능동산서는 도랫재~정각산(860m) 능선이 갈라져 가고, 이 산줄기 중간서 사자봉(1,189m, 재약산)~수미봉(1,119m, 재약산)~향로산(979m)으로 나뉘어 가는 능선 등의 곁가지가 뻗어가 풍광을 더 풍요롭게 한다. 이것이 저 유명한 '영남알프스'다.

그와 달리 낙동정맥의 운문분맥(雲門分脈)은, 귀바위봉 이후 그래왔던 대로 남서방향으로 계속 달린다. 가지산서 갈라져 운문산을 거쳐 이어가는 이 산줄기가 경북 영역을 마감한다. 가지산~아랫재(723m)~운문산(1,195m)~딱밭재(802m)~호거산(962m)~억산재(765m)~억산(954m)~인재(555m)~구만산(785m)~육화산(675m)이 노정이다. 가지산 정점 이후 평면거리는 24㎞, 운문령서부터 재 가지산 전 구간을 포함시키면 28.5㎞쯤 된다.

글 박종봉 편집위원

사진 정우용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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