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을 전쟁과 평화의 도시로<상>

입력 2010-03-12 07:42:06

역사·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왜관·석적·유학산 연결, 호국벨트 조성"

전쟁과 평화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 유적을 갖춘 칠곡을 전쟁과 평화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인도교와 다부동전적기념관.
전쟁과 평화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 유적을 갖춘 칠곡을 전쟁과 평화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인도교와 다부동전적기념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방어의 최후 보루였던 칠곡. 국군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간 가슴 아픈 전쟁의 자취가 곳곳에 서려 있다. 또 칠곡은 순교 성지가 산재해 있는 등 이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구심적 역할도 하고 있다. 서로 이질적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숙명적 관계를 지닌 '전쟁(戰爭)과 평화(平和)'의 고장이 바로 칠곡이다. 전쟁과 평화에 관해서라면 칠곡은 다른 시군에는 없는 최고의 역사·문화적 유산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평화'를 칠곡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하는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모색해본다.

칠곡은 군 캐릭터를 '호이'로 정할 만큼 스스로 '호국의 고장'임을 자부하고 있다. 칠곡과 전쟁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칠곡을 빼고 6·25전쟁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낸 최후의 보루였고 최대의 격전지였던 칠곡에는 그래서 6·25전쟁과 관련한 유적이 어느 지역보다 많다.

호국의 다리로 불리는 왜관철교를 비롯해 55일간의 결사 항전 끝에 대구를 사수하고 북진의 발판으로 삼은 다부동 전적기념관, 유엔군 참전과 왜관지구 낙동강 전투의 승전을 기념하는 왜관지구전적기념관, 국난극복의 보루였던 격전지 유학산이 모두 칠곡에 있다.

그리고 100여년에 걸친 호국 의지로 축성한 가산산성이 자리한 곳 또한 칠곡이다. 그러나 전쟁과 관련한 엄청난 역사·문화유적과 유산에도 불구하고 칠곡에는 제대로 된 전쟁기념관 하나 없다. 전쟁영화 세트장도 하나 없다.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지역에 평화공원 하나 없다. 전쟁의 도시 칠곡이 외국의 유사한 도시와 자매결연한 사례 하나 없다.

이와 관련, 칠곡군이 6·25 전쟁 60주년을 앞두고 모처럼 추진하던 낙동강 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도 표류하고 있다. 칠곡군은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낙동강 유역에 4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평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이를 호국체험관광의 메카로 활용하고 전쟁과 평화에 관한 지속적인 순례코스를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자 경북도가 이를 낙동강 방어선을 따라 왜관·다부동전투~영천전투~안강·포항전투를 잇는 전쟁 체험·학습루트를 개발하는 '낙동강 호국평화벨트 조성사업'으로 흡수해 버렸다. 그러면서 칠곡군 일대에 상징·기념 지구, 휴양·레저 지구, 전쟁 체험지구로 구성된 복합관광단지인 호국평화공원을 건립하는 안을 세웠다.

경북도는 지난해까지 국가보훈처로부터 수십억원의 분권교부세를 확보한 가운데 지방비를 포함한 100억원 가까운 예산으로 호국공원 기반공사를 비롯해 메모리얼가든과 기념식수원 등 기본적인 공원시설을 만들 방침이었다. 그러나 칠곡군이 이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군 예산에서 충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공원을 조성한 후에도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입장 때문이다. 칠곡군 관계자는 "세계적인 전쟁의 명소이자 호국의 성지인 낙동강 유역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당연히 국비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칠곡군도 6·25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도록 칠곡만이 지닌 전쟁의 유산과 유적을 차별화된 호국관광 브랜드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왜관철교·다부동전적지·왜관지구전적지·유학산전적지 등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유적지를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유총연맹 이석열 전국청년회장은 "최다 15차례에 걸쳐 고지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전투가 치열했던 왜관읍 자고산(303고지)~석적읍 포남(328고지)~석적읍 숲데미산~유학산(석적읍 성곡리·가산면 학산리)을 잇는 전투 방어선 탐방로를 개발한다면 후세에 전쟁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훌륭한 체험 루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6월에 칠곡에서 평화축제를 열고 전쟁영화를 상영하고 평화포럼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격전지였던 낙동강에서 당시의 도하작전을 대대적으로 재현한다면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전쟁과 평화와 관련한 칠곡의 지명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장영복 칠곡문화원장은 "칠곡은 호국과 순교를 테마로 한 무한한 역사·문화적인 자원을 지니고 있다"며 "칠곡지역 곳곳에 산재한 호국과 순교의 유적지를 하나로 묶어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테마형 관광상품'으로 적극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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