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보다 '공익' 피의자 얼굴 공개

입력 2010-03-11 10:32:56

10일 오후 사상경찰서로 압송된 김길태는 장사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과 인근 주민들 앞에 맨얼굴로 나타났다. 수배 과정에서 길게 자란 수염과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어 생김새를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분명 맨얼굴이었다.

경찰은 인권 침해 논란으로 몸살을 겪었던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이후로 피의자의 얼굴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그러다 경기도 부천 초등학생 피살사건을 저지른 정남규와 부녀자 27명을 잇달아 살해한 유영철, 그리고 보험금을 노리고 처와 장모를 죽이고 불을 지른 강호순 등 흉악범들의 검거 과정에서 이들에게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 얼굴 공개를 막자 국민적인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가운데 강호순은 뒤늦게 얼굴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경찰이 아닌 일부 언론에서 평상시 사진을 입수해 싣고난 뒤에야 일반에 공개됐다.

이번 김길태의 얼굴 공개는 '더 이상 흉악범 얼굴과 신상을 숨기지 말라'는 사회적 여론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반인륜적인 범죄에 있어서는 피의자 인권보다 일벌백계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를 우선시하라는 게 현재 대부분의 여론이다.

더욱이 김길태는 지난달 27일 이후 이미 공개수배로 얼굴이 언론을 통해 1차적으로 공개가 된 상태라 경찰이 큰 망설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압송되는 동안 본인도 마스크나 모자를 씌워 달라는 별도의 요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웅 사상경찰서장은 김길태 얼굴 공개에 대해 "과거 흉악범들의 얼굴을 가리자 국민적인 반발이 더 심했다"며 "경찰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큰 사회적 이익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소신을 밝혔다.

현재 인권 보호에 신중한 선진국에서도 흉악범에 대해서는 경찰이 신상을 가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산일보 권상국기자 ks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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