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파스타 대가 김수식 셰프

입력 2010-03-11 08:34:48

소스 넉넉한 파스타 '정통' 아니랍니다

우리나라 파스타 요리사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김수식(43) 셰프. 그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벨라 쿠치나'와 프렌치 레스토랑 '더 파리스'의 주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가 거느리는 요리사는 18명.

그는 우리나라 이탈리안 레스토랑 1호점인 서울 힐튼호텔에서 요리사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양식만을 요리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 '파스타'의 칭찬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음식 소재로 한 드라마 중에서 제일 현실과 근접해있어요. 셰프가 너무 엄격한 건 제외하고요. 요샌 그렇게 했다가는 남는 직원이 없을걸요?"

파스타는 1인분과 3인분의 맛을 똑같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파스타는 1인분씩 만들어진다. 오랜 내공이 쌓이면 3인분도 1인분처럼 맛을 낼 수 있다. 후배들은 '맛의 비결을 가르쳐달라'고 조르지만 결국 시간과 경력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라 벨라 쿠치나는 한 해 두 번 메뉴를 전면 개편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시사철 똑같은 메뉴를 내놓는 레스토랑과는 다르다. 오히려 고객들이 '너무 빠르다'고 해 지금은 봄에 대대적인 메뉴 개편을 하고 가을에는 수정을 하는 정도다.

김 셰프가 드라마 '파스타'를 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소스의 양'과 '피클'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준 것. 드라마에서 최현욱(이선균 분) 셰프는 파스타 소스의 양이 너무 많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한 바 있다. 또 '피클 서빙 중지'를 선언해, 레스토랑을 발칵 뒤집기도 했다.

김 셰프는 이것이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제대로 된 상식이라고 말한다. "먹고 남은 파스타 소스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도 접시 바닥에 소스가 없으면 항의가 들어와요. 특히 대구 사람은 맵고 간간하며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를 좋아하죠."

파스타면에 소스가 흡착돼 면을 먹었을 때 소스가 느껴져야 한다. 김 셰프도 처음엔 '소스를 절대 더 주지 마라'고 했다. 파스타를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즘은 고객들이 요구가 많아 이를 반영하는 편이다.

피클도 그렇다. 메인 요리의 맛을 달아나게 하는 것이 피클이라는 것. "외국에는 햄버거 외에는 피클을 요리에 곁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특히 메인 요리와는 절대 같이 먹지 않아요."

주방에서 23년. 먼 길을 달려 그 종착지는 어디일까. "먼 훗날, 돈과 관계없이 내 방식대로 요리해낼 수 있는 작은 레스토랑 하나면 요리사 인생으로서 흡족하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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