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
'미래 사회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할까. 소비 방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전쟁과 재난은 어떤 모습일까. 인류는 어떻게 늙어갈까.'
지은이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향후 100년까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을 굵직굵직한 주제로 분류하고, 인류가 어제와 오늘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예견한다. 그는 어제와 오늘의 우리 모습을 근거로, 미래 사회를 가늠한다.
요즘은 결혼 나이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째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추는 것일까.(이 책은 미래를 살피는 책이지만, 미래를 보기 위해서 오늘과 어제를 진지하게 탐색한다) 지은이는 오늘날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이유로 '중산층의 경제력이 급속히 개선되고 사회가 개방되면서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인물군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잉선택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같은 마을이나 걸어서 몇 시간 내 거리에 있는 이웃 마을 이성 중에 배우자를 선택해야 했지만, 지금은 선택의 한계가 없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넓어졌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사람이 12.7번의 진지한 애정관계를 경험해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12.7이라는 숫자는 임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수명을 고려할 때, 진지한 이성관계는 12.7번이면 적당하다는 것이다. 12.7번 이하일 경우 경험 부족, 12.7번 이상일 경우 '문란한 행동 패턴'으로 치달을 수 있다. 12.7번의 진지한 애정관계를 경험한 뒤 배우자를 선택한다면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최선은 아니다. 더 나은 배우자감이 한참 뒤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줄어든다.
"12.7번 경험한 후 선택한 배우자는 1등은 아닐지라도 2등 혹은 3등은 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2등 혹은 3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성공적이다." 지은이는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12.7번에 가까워지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12.7번의 진지한 이성 관계를 맺은 후 배우자를 선택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일자리는 어떻게 변할까?
지은이는 "미래는 창조적 시대이며, 점점 더 많은 직업군에서 창조적 가치창조의 방법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농민들도 생산물에 자기 이름을 남기고, 화장실 미화원도 화장실 작업에 자기 흔적을 남긴다. 창조적인 직업일수록 더 많은 부를 취득하지만, 창조적 자본가가 자기가 차지한 부가가치를 모두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기 주변에, 친구에게, 때로는 쓸데없는 낭비 형태로라도 투자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창조적 활동가'들은 창조적으로 번 돈으로 더욱 창의적인 작업을 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윤리적이고 인도적인 성격의 계획에 투자한다고 말한다.
창조적 직업군은 조직적 대량생산 직업군보다, 또 학문적 직업군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 창조적 직업이란 꼭 영화, 드라마, 창작, 발명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산업화 이전의 수공업 생산방식 역시 창조적 직업에 속한다. 지은이는 미래 사회는 대량생산과 과거 수공업 생산방식이 공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만든 사람을 알 수 있는 수공업, 경험이 담긴 제품 등이 다시 발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기호에 따라 특정 제품은 경험과 이름을 중요시하지만, 또 다른 제품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미래의 직업군 역시 다양할 것이다.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까? 에이즈가 만연하고 내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연간 기대수명은 약 10년 단위로 2년 6개월씩 증가하고 있다. 지은이는 약 77세인 선진복지국가의 평균 기대수명이 2100년까지 95세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또한 '다운 에이징 현상' 즉, 나이를 먹어도 덜 늙어 보이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운 에이징'의 한계를 80세에서 85세로 보고 있다. 그 뒤로는 피부 탄력과 건강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고 해서, 사람이 병으로 고생하는 말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은이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 자의식의 강화로 수명이 늘어나도 인간이 '제한적 건강상태'로 사는 기간은 약 6년 정도로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정제된 진단, 특정한 분자물질과 혈액교환, 성장호르몬 투여 등으로 우리는 유전적으로 가능한 최대 수명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즉, 인간의 수명이 천년만년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유전적으로 허용된 마지막까지 쓰는 단계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약 30년 혹은 40년인 '성년 시기'가 약 60년 정도로 늘어나는 만큼 2, 3개의 가족을 형성하는 것은 기본이 될 것이다. 또한 4, 5개 정도의 상이한 직업을 갖는 것 역시 당연해질 것이다. 그런 만큼 처세 즉, 인간관계 관리와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하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싼 보험료'(대가)를 치러야 한다.
책은 이야기 형식으로 펼쳐지지만, 매 장마다 핵심을 요점정리하고, 그림이나 도표를 이용해 이해를 돕고 있다. 다른 미래 예견 책과 이 책의 다른 점은 이 책의 내용이 구체적이며, 그다지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미래 세계라고 해서 특별날 것도 없어 보인다.
지은이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미래 트렌드 전문가로 '차이트' '템포' '메리안'지 등의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이다. 1996년 '미래연구소'를 설립해 지금까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본 경제, 사회, 과학기술 그리고 시장의 메가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다. 미래 연구소는 프랑크푸르트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며, 빈, 뮌헨, 함부르크, 런던 등에 지부를 설치하고 유럽의 정치경제 정책의 주요 싱크탱크 기능을 하고 있다. 528쪽, 2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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